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5월 10일) 직전 또는 직후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미 정보당국이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 등 다양한 도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한국의 새 정부를 길들이고 대미 협상력을 높일 목적으로 ICBM을 쏘고 1∼2개월 후 핵을 터뜨리는 ‘시간차 대형 도발’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
1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일정 간격을 두고 ICBM 발사와 핵실험을 진행하는 시간차 도발 전술을 다시 가동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북한은 2010년 이후 1∼2개월 간격을 두고 핵실험과 ICBM(장거리로켓 포함) 발사를 ‘한 세트’처럼 진행해 왔다. 군 소식통도 “윤 당선인의 취임일이 ‘디데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초 개발을 지시한 전술핵탄두를 테스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당국은 최근 북한이 복구하는 징후가 포착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경우 3, 4번 갱도가 이미 95% 이상 온전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8년 비핵화 조치 일환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바 있다.
한미 “北 ‘괴물 ICBM 발사 →7차 핵실험’ 시간차 도발 나설 것”
尹정부 겨냥 고강도 무력시위 관측… 정보당국, 취임식前後 핵실험 경계 軍 “北 핵-ICBM 도발은 한 세트”… 풍계리 3, 4번 核갱도 ‘기폭실’ 온전
최근 북한에서 동시다발로 포착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와 핵실험 징후는 한국의 차기 정부를 겨냥한 고강도 무력시위의 ‘예고편’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5월 10일) 직전이나 직후를 ‘디데이’로 잡아서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한미 정보당국은 관련 징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 핵·ICBM ‘시간차 도발’ 효과 극대화
북한의 마지막 핵실험(6차)은 2017년 9월에 이뤄졌다. 최대 위력이 15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안팎으로 수소폭탄으로 평가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남북, 북-미 화해무드 속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실험과 ICBM 발사 모라토리엄(중단)’을 선언했다. 이때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입구를 폭파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북한은 4년 넘게 핵실험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핵·ICBM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한 이후 북한이 2월 27일과 3월 5일 우주발사체로 가장한 신형 ICBM(화성-17형)을 발사했고,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군 당국은 7차 핵실험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핵과 ICBM 도발을 일정 간격을 두고 ‘한 세트’처럼 진행해 왔다”며 “두 차례의 화성-17형 발사는 그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정보당국도 핵·ICBM의 시간차 도발 수법이 재가동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조만간 화성-17형에 탑재체(위성)를 실어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면서 발사한 뒤 5월 윤 당선인의 취임 직전이나 직후에 핵실험까지 강행하는 각본을 짜놓았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2012년 12월 은하3호(장거리로켓)를 발사한 지 정확히 두 달 만인 이듬해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어 2016년 1월에 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그로부터 거의 한 달 만에 광명성호(장거리로켓)를 쏘았다. 장거리로켓(우주발사체)은 ICBM과 기반 기술이 동일해 언제든 ICBM으로 전용이 가능하다.
또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의 두 달 전후로 화성-14형(7월)과 화성-15형(11월)을 고각(高角)으로 발사하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핵실험과 ICBM 발사는 ‘바늘과 실’의 관계”라며 “북한이 ICBM 발사로 운반수단의 성능을 점검하고, 핵실험으로 ICBM에 탑재할 탄두 위력을 측정하는 수순을 밟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3·4번 갱도는 기폭실 등 95% 이상 온전
아울러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복구 징후가 포착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3, 4번 갱도가 95% 이상 온전한 상태라고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갱도의 가장 핵심부인 ‘기폭실’이 멀쩡하고, 계측장비만 설치하면 언제라도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 풍계리 핵실험장의 4개 갱도 가운데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 후 폐쇄됐고, 2번 갱도는 6차 핵실험 여파로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북한은 2018년 외신기자를 초청해 2∼4번 갱도의 ‘폭파쇼’를 연출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3, 4번 갱도의 길이는 약 2.1km로 몇 주간 입구를 재건하는 공사만 하면 최대 200kt 규모의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2019년 10월 당시 박한기 합참의장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풍계리의 갱도는 수 주∼수개월 만 손보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작년 초 개발을 지시한 전술핵탄두를 테스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N-23과 극초음속미사일 등 대남타격용 단거리 무기에 장착할 수 kt급 전술핵 ‘시제품’을 제작해 그 파괴력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