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주재 NSC직후 ‘용산 이전’ 제동… 尹측 “靑, 정권이양 협조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2일 03시 00분


[文-尹 ‘집무실 이전’ 충돌]
靑, 오전엔 “尹의지 지켜지길 기대”…이후 NSC 회의서 분위기 달라져
안보시설 이전문제 우려한듯… 인수위, 예비비 의결 차질에 부글
이사 계약못해 집무실 이전 차질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춘추관 관계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박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022.3.21. 청와대사진기자단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춘추관 관계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박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022.3.21. 청와대사진기자단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정과제를 처리해 나갈 것이다.”(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문재인 정부가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안보 공백 우려’를 이유로 공식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신구 권력 간 신경전이 벼랑 끝 대치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공공기관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이 결렬된 데 이어 두 번째 정면충돌이다.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의결에 대해 ‘임기가 끝나는 5월 9일까지는 현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자 윤 당선인 측은 이를 ‘정권 인계인수를 위한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 거부’로 규정했다. 정권 교체를 50일 앞둔 시점에서 순조로운 권력 이양에 빨간불이 켜졌다.
○ 靑, 尹 일방적 발표에 불쾌 기류도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못 지켰지만 윤 당선인의 의지는 지켜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난 뒤 청와대의 태도가 달라졌다.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 구상 발표 하루 만에 제동을 건 표면적 이유는 ‘안보 공백 우려’다. 북한이 다음 달 한미 연합훈련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에 맞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집무실 용산 이전에 따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연쇄 이동에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NSC에선 문 대통령 임기 내 위기관리센터 등 청와대 내 안보시설을 이전하는 것에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 의장 등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수석이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당선인 측이 이날 브리핑에서 “(22일) 국무회의에 (집무실 이전을 위한 496억 원의) 예비비가 상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결을 압박하자 불쾌해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예비비 편성안을 22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 박 수석은 22일 라디오 출연 일정을 5개 잡으며 여론전을 예고했다.
○ 尹 측 “정권 인수인계에 협조 거부” 격앙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 인수위 제공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제동에 격앙된 모습이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 정부와의 협조는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물밑 교감이 있는 듯 시사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청와대의 갑작스러운 제동에 김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은 현재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이 있는 곳으로, 청와대까지 걸어서 10분 거리다. 문 대통령의 ‘협조 거부’로 취임 전 용산 이전을 하지 못하더라도 윤 당선인이 청와대에는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인사는 “새 대통령이 취임 후 정상적으로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문제를 만든 것은 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벼랑 끝 대결을 벌이면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로드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당초 4월 중 국방부를 합참 청사로 이전하고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이르면 5월 3일 용산 이전을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집무실 이전 등을 위한 예비비 책정이 불투명해지면서 국방부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사업체에 견적만 내고 정식 계약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文주재#용산이전#정권이양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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