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제로코로나’가 중국 발목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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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효과… 체제 우월 선전에 활용
최근 확진자 급증, 무관용 봉쇄 한계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제로코로나’ 정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지역을 봉쇄해 확산을 막고 격리를 통해 확진자 수를 ‘0’으로 돌려놓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금까지 이 정책을 고집해 왔고 이에 따라 무자비할 정도로 강력한 격리·폐쇄·봉쇄 조치를 시행해 왔다.

효과는 있었다. 올해 1월까지 중국 전역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는 100명 내외였다. 예를 들어 1월 1일에는 135명, 15일에는 70명, 31일에는 28명이었다. 14억 인구 가운데 100명이면 한국에서 하루에 0.28명 발생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확진자가 폭증했던 2020∼2021년 동안 중국에는 실제로 확진자가 없는 날도 많았다. 특히 방역이 철저한 수도 베이징에서는 75일 동안 확진자가 없다가 올해 1월 16일 처음으로 1명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미 2020년 9월 코로나19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대규모 표창대회를 열어 수많은 방역 공로자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 방역을 통해 중국의 정치 사회 문화의 우수성이 증명됐다”면서 “엄청난 노력 끝에 코로나19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제로코로나’ 정책 집행을 체제 우월의 근거로 활용한 것이다.

당시 서방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많았다. 미국 등 민주주의 체제 국가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방역에 실패하는 듯 보인 반면, 강력한 리더십으로 무장한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는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통제하면서 경제 발전까지 이뤄냈기 때문이다. 애국주의와 중화주의로 무장한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중국 공산당에 더욱 열광했고 시 주석의 강력한 지지층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오미크론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3월 14일에는 하루에 확진자 5154명이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첫 발생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중국 4대 도시로 꼽히는 광둥성 선전시가 봉쇄됐고, 중국 동북지역 지린성은 성 전체가 봉쇄돼 24일 현재까지 주민들이 이틀에 한 번만 생필품을 사러 밖에 나가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성 전체가 봉쇄된 것은 2020년 1월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이 봉쇄된 이후 처음이다. 지린성은 남한 면적 2배이며 인구는 약 2400만 명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22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코로나19 대응 전문가팀 수장인 량완녠 칭화대 교수는 “확진자가 증가한다고 방역 정책이나 방침, 조치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현 상황에서 중국에 가장 유효한 정책은 ‘제로코로나’”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제로코로나’ 정책을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도구로 활용한 중국이 이제 와 쉽게 정책을 전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책 전환은 곧 체제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기 때문이다. 결국 봉쇄와 격리가 반복되면서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에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중국 공산당과 시 주석에게 열광하게 만들었던 ‘제로코로나’ 정책이 이제 시 주석의 발목을 잡을 것 같다.

#제로코로나#중국#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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