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제청 없으면 임명 어려워… 감사위원 인선 갈등, 尹측 손들어줘
인수위 “우리도 감사원 입장에 놀라”… 감사원, 월성원전 감사 성과로 보고
인수위 “최재형 前원장 의지로 밝혀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감사원장이) 감사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감사원이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상대로 한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새 감사위원 임명 제청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공석이 된 감사위원 2명의 임명을 두고 신구 권력의 줄다리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감사원이 사실상 인수위 측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 인수위 “감사원 입장에 우리도 놀라”
인수위는 이날 감사원 업무보고에서 감사위원회 회의 운영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 인수위원은 “정권 이양기의 감사위원 임명 제청이 감사위원회 운영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인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감사위원의 제청권은 감사원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감사위원이 견지해야 될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할 때, 원칙적으로 현 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와 새 정부가 협의되는 경우에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거 전례에 비춰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이용호 간사 및 인수위원, 전문·실무위원,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국장 등이 참석했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 만큼 감사위원 제청이 없으면 문 대통령의 새 감사위원 임명도 어려워진다. 앞서 최재형 전 원장이 2020년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하라는 청와대 요구를 거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다. 청와대는 현재 공석인 감사위원 2석을 임기 내에 임명한다는 계획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감사원이 직접 저런 표현을 할 줄은 우리도 몰랐다. 사실 좀 놀랐다”고 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 입장에 대한 논평을 자제했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감사위원 제청 거부를 요구하는 인수위도 잘못됐고 정권 이양기에 제청이 적절치 않다는 감사원도 스스로 정치적으로 종속됐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며 “감사원이 정권 교체에 따라 흔들리지 말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감사원, 월성 1호기 성과 사례 기재했다가 질책
이날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에 대한 감사를 업무 성과로 기재했다가 인수위원들로부터 질책을 당했다. 인수위원들이 “감사원이 제대로 해서 된 것이냐. 최재형 전 원장이 끝까지 의지를 갖고 추진해서 밝혀낸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앞서 최 전 원장은 여야(與野) 요구로 착수한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감사를 지휘하며 여권과 대립했다. 최 전 원장은 “정책도 법과 절차를 준수하며 추진해야 한다”면서 감사를 원칙대로 밀어붙였고 극심한 감사 방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인수위는 이날 감사원이 반복 감사나 정치 감사를 자제해 감사 신뢰성을 회복하고 감사기법을 고도화하는 등 내부 혁신도 당부했다. 인수위는 감사원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폐지에 따른 정부의 반부패 대응체계 변화에 발맞춘 공직 감찰활동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공직사회가 직권 남용 소지를 염두에 둔 감사 부담에서 벗어나 활기차게 일할 수 있도록 (적극 행정의) 면책 대상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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