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뒤 회복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자가격리 해제 이후에도 코로나19 후유증이 계속되는 이른바 ‘롱코비드(long COVID)’ 현상이 여러 사람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의학계에서 말하는 롱코비드는 코로나19 완치 이후 몇 주가 지났음에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코로나19 감염 시에 증상이 없거나 가벼웠더라도 나타날 수 있다. 통상 감염 이후 3개월이 지나면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는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이런 후유증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2차로 발생하는 증상으로 볼 수 있다.
● 피로, 후각장애, 호흡곤란 가장 많아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던 외국 연구에 따르면 감염자의 10~20% 가량이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다고 한다. 국제 학술지인 ‘환경연구 및 공중보건’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역 코로나19 환자 5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후유증으로 피로(44.2%)를 호소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어 △후각장애(27.2%) △호흡곤란(24.7%) △미각장애(18.1%) △기침(15.7%) 등의 증상이 많았다.
이밖에 △기억력 및 사고력 저하 △두통, 어지럼증, 수면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 △우울증, 불안감 등도 대표적인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환자들이 격리 기간이 끝난 후에도 경험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증상만 200개가 넘는다.
가장 흔한 코로나19 후유증인 피로는 산책 등 간단한 활동 후에도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증상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거나 푹 자고 일어나더라도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게 문제다.
명지병원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의 박희열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피로는 평소 우리가 말하는 피로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감기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힘이 없고 몸이 처지는 증상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회복 기간이 충분히 지났음에도 피로한 상태가 지속되면 그 원인이 코로나19 후유증인지 아니면 빈혈, 당뇨병 등 다른 피로 유발 질환으로 인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도 최근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 발열, 인후통 등의 증상은 없었지만 기침이 잦았다. 가래가 없는 마른 기침이었다. 격리해제 후 1주가 지났지만 지금도 잔기침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잔기침이 코로나19 후유증인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좀 더 기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19 완치 이후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19에 걸리기 전과 비교해 동일한 강도의 운동을 하는데 더 쉽게 숨이 차는 경우도 있다. 중앙대 광명병원 가정의학과 오윤환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급성 감염으로 인해 우리 면역 체계가 과열되면서 체내의 여러 장기에 만성 염증이 생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 피로엔 규칙적 운동, 후각 저하엔 가글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표적인 코로나19 후유증인 피로 증상은 감염 뒤 6개월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서지현 교수는 “피로 개선을 위해선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포함한 규칙적인 운동을 권고한다”며 “균형 잡힌 식사와 함께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게 피로 회복에 좋다”고 말했다.
걷기나 뛰기 등 유산소 운동은 숨이 약간 차는 정도로 하는 게 좋다. 유연성 운동으로는 스트레칭, 요가 등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근력 운동으로는 덤벨 운동, 계단 오르내리기, 언덕 오르기 등이 효과적이다.
후각과 미각이 저하된 경우에는 주기적인 양치질과 함께 알콜 성분이 없는 가글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은영규 교수는 “후각 및 미각의 소실은 바이러스가 신경에 침입하며 발생하는 것”이라며 “금연, 구강청결 유지, 충분한 수분 유지, 스트레스 피하기 등이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각을 회복하려면 다양한 향신료와 소스를 이용한 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다.
두통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때는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스트레스 줄이기가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할 경우 진통제를 사용할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주 3일 이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근육통 및 관절 통증은 주기적인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활동량을 점차 늘리고 휴식을 적절하게 취해야 한다.
호흡곤란이 생긴 사람은 코로나19로 인해 폐가 망가지는 ‘폐섬유화’를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은평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상학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중증 폐렴을 앓지 않았다면 폐섬유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받지 않았다면 폐섬유화 우려 때문에 흉부엑스레이를 찍을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 증상 지속되면 다른 질환 검사해 봐야
그렇다면 코로나19 후유증이 어느 정도 지속될 때 문제가 될까. 오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3개월 정도면 충분히 증상이 호전되어야 한다”며 “그 이후까지 여러 증상이 나타나 일상 활동에 방해를 받을 정도라면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완치자들을 추적 관찰 연구들에 따르면 1년 내에 심근염을 비롯해 심근경색, 뇌졸중, 혈전 등 여러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있다. 이 때문에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코로나19 후유증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상으로 복귀한 뒤 기침, 가래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 강동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송주연 교수는 “감염 후 8주가 넘어서도 기침 증상이 지속된다면 만성 기침을 하는 다른 원인이 없는지 추가 검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침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할 필요는 없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후유증을 심층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2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당장은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도 “여름 이후 후유증을 겪는 사람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일부에서는 코로나19가 뇌세포에 손상을 줘 뇌의 크기가 줄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그게 노화에 따른 것인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정부가 체계적인 연구 조사를 한 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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