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대북 억지력 강화를 강조하며 이르면 올해 가을 한미 연합훈련의 야외 실기동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며 중국을 겨냥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력체 ‘쿼드(QUAD)’ 가입 초청을 받으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2018년 이후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됐다며 “한미 야외 실기동 훈련을 올가을이나 내년 봄 재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연합 야외훈련 재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시기와 규모는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 당선인은 북한의 대남 공격이 임박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선제타격 능력을 포함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고 싶다며 한미 간 야외 실기동 훈련, 미국과의 활발한 첩보 공유 등 ‘확장된 억지력’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미국과의 핵 공유나 핵무기 재배치는 검토 중인 방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 당선인은 쿼드 가입에 관해 “한국이 곧 초청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지만 가입 제안이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쿼드 실무협의체(워킹그룹)에서 활동하면서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쿼드 정식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한국의 쿼드 가입 의지를 환영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다만 일본이 한국의 쿼드 가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미중 갈등이 ‘제로섬(zero sum)’ 사안이 아니며 미국 및 중국과 평화, 공동 번영, 공존을 보장할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미중 사이에서) 외교 정책을 뒤집거나 모호한 것으로 보이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사이에서 취해온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폐기할 뜻을 드러낸 것이다. 이어 다음 달 방한할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논의할 것이며 과거사, 수출 규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할 뜻도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조치에 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 군축의 첫 단계 조치를 취하면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인도적 지원을 넘어서는 보상을 제안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핵 시설에 대한 외부 사찰단의 방문을 허용하면 한국 또한 대북 투자를 활성화하고 중요 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취임 후 최우선 국내 과제로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으로부터 기업과 개인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꼽았다.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을 통해 해외 투자와 외국 기업의 활동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 또한 없애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정부의 역할은 시장에 개입하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수정하고 정상화할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집무실에 보관하고 있는 홍수환 전 한국권투위원회 회장이 선물한 권투 글러브를 보여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는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책무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헌법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며 “외교 정책이든 국내 정책이든 그것이 원칙이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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