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안에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다. 누군가 한국 검찰의 엄정하고 체계적인 수사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통은 고위층이다.”
드라고 코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 워킹그룹 의장(사진)은 27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내 추측이 틀렸길 바란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으로 2014년 워킹그룹 의장에 취임한 코스 의장은 2003∼2011년 유럽평의회가 조직한 반부패 유럽국가연합(GRECO) 의장 등을 역임한 반부패 전문가다. 그는 22일 법무부에 서신을 보내 “(여아가 합의한) 중재안이 반부패와 해외 뇌물 범죄 수사 및 기소 역량을 약화시키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코스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수사 역량이 줄어들고 공직자의 부패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부러진 게 아니라면 괜히 고치려 손대지 말라’는 말이 있다”며 “현재 한국의 수사제도와 형사사법체계가 잘 기능하고 있는데 이걸 굳이 바꿔야 한다는 (검수완박) 주장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아직 못 봤다”고 지적했다.
한국 검찰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에 대해선 “한국 검찰과 법원은 고위 공직자의 부패 사건을 회피하지 않고 진지한 자세로 다뤄왔다. 지금까지 검찰과 법원이 보여 온 자세 덕분에 부패를 저지른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 기소 처벌에는 ‘면죄부’가 별로 없었다”고 평가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것에 대해 코스 의장은 “전 세계에서 경찰이 중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고, 종결하는 권한을 모두 가진 국가를 본 적이 없다”며 “검사가 경찰 수사를 어느 정도까지 통제할지는 조정할 수 있지만 통제권과 지휘권을 완전히 없애는 건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뇌물방지 워킹그룹 차원에서 한국 정부에 엄중히 경고하는 권고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부패 범죄에 대한 수사가 개선돼야지, 퇴행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역할에 대해 코스 의장은 “고위 공직자 부패 범죄 수사에는 해박한 법률 지식과 출중한 실무 능력, 그리고 수년간의 경험이 필요하다”며 “검사는 수사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책임지는 존재이며, 수사 과정에서 경찰을 가이드하고 지휘하며 감시한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