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카드’ 꺼낸 이준석, ‘윤핵관’과 2차전 벌이다

  • 주간동아
  • 입력 2022년 6월 12일 0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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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의 政說] “개인에 좌우 않는 공천 시스템 필요” vs “尹 정부 보탬 역할 고민해야”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오른쪽부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DB]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오른쪽부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DB]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치고 나왔다. 6·1 지방선거(지선)가 끝나기 무섭게 혁신위원회(혁신위) 구성에 나섰다.

6월 2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이 대표는 “지선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선거를 거치면서 당이 좀 더 노력하고 개혁해야 할 부분들이 드러났다. 즉시 당 차원에서 혁신위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민주당)도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에 실패해 또다시 관리형 비대위 구성에 머물렀다. 그런데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그것도 여당이 혁신위를 구성한다고 하니 의아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與, 선거 승리에도 혁신위 구성
이 대표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당권 수호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4월 21일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이후 이 대표는 조기퇴진론에 시달려왔다. 연장선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필요성까지 제기됐고 심지어 미국 유학설까지 불거졌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군불을 때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대표는 이미 대선 기간 당내 갈등을 겪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방어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번 혁신위는 방탄위원회 성격을 지닌다.

두 번째 이유는 윤핵관의 공천 개입 방지다. 혁신위는 2024년 총선에 대비해 공천 제도를 다루기로 했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6월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어떤 개인의 힘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당대표 임기가 끝나면 1년쯤 뒤 총선에서 서울 상계동 당선이 목표다. ‘이분이 지도부가 될 경우 내가 상계동에서 또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면 그때는 어떤 형태로든지, 내가 나가든지, 누굴 지지 선언하든지, 내가 선대위원장을 해주든지 개입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언급한 ‘이분’, 그리고 최 의원이 지적한 ‘어떤 개인’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차기 당대표일 텐데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윤핵관 아무개일 수도, 안철수 의원일 수도 있다. 그런데 벌써 ‘내 편이 아닐 것’이라고 전제하고 견제에 나선 것이다. 견제 방식은 전략공천 최대한 배제, 곧 ‘시스템 공천’이다. 최 의원은 “이해할 수 없는 전략공천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꼭 짚어 말했다. 혁신위는 이 대표가 원하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 결과물은 끝까지 온전하게 지켜질까.

윤핵관은 이 대표가 꺼낸 혁신위 카드에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6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 구성부터 어떤 인물을 (포함)할 것인지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출범부터 먼저 발표하고 인적 구성과 논의 대상을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것은 순서의 앞뒤가 바뀐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진석 국회 부의장도 6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개혁·변화도 중요하겠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향후 당권 경쟁은 ‘윤핵관 대 비윤핵관’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윤핵관은 윤석열 정부를 일단 성공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테고, 비윤핵관은 차기 총선과 대선 승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같은 듯 다른 2개 논리를 앞세워 당권 장악을 노릴 테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합집산도 나타날 것이다. 비윤핵관은 동질적 집단이 아니다. 차기 대권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선택 기로에 설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함께 가는 편이 유리한지, 달리 가는 편이 유리한지를 두고 말이다. 현 시점 윤핵관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윤핵관이 혁신위 반대 않는 이유
이 대표 탄생 같은 이변이 없는 한 차기 전당대회는 윤핵관이 원하는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윤핵관 가운데 한 명, 또는 윤핵관이 간택한 아무개가 당대표가 되는 방식이다. 윤핵관이 이 대표의 혁신위 카드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대놓고 반대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경우에 따라 혁신위가 낸 결과물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윤핵관은 “혁신위가 어떤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내든 우리가 당권을 쥐면 그것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 선거에 돌입하면 각 당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당선 가능성이다. 그 앞에서는 어떤 원칙도 무의미하다. 밀실공천 논란에도 전략공천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대표적 윤핵관인 권 원내대표는 혁신위를 둘러싼 논란이 당내 권력 갈등으로 비치자 수습에 나섰다. 6월 7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당대표나 원내대표는 항상 구성원들로부터 비판받는 자리다. 잘하면 잘한 대로 칭찬받고 본인 생각과 다르면 비판받기에, 비판 자체를 권력 다툼으로 비화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임기 문제에 대해서도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윤핵관이 만약 내부 회의를 가졌다면 이미 다음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어차피 1년 뒤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사람을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 잘하면 성상납 의혹으로 올해 안에 자진 사퇴할지 모른다. 혁신위에서 시스템 공천이건 무엇이건 만들어내더라도 차기 지도부가 무력화하면 그만이다.’

최재형 혁신위가 이 대표의 방패막이로서도, 공천 혁명의 도구로서도 허약해 보이는 이유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3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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