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학생들은 어디로 간 걸까? 산과 계곡, 바다에서 야외 활동 중[전승훈의 아트로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6일 10시 37분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이틀간 다녀왔다.

세계잼버리 대회는 크게 새만금 간척지에 설치된 텐트촌에서 벌어지는 ‘영내 활동’과 전북 14개 시군 지역의 산과 계곡, 바다에서 펼치는 ‘영외 활동’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세계 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부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폭염 속 텐트촌의 높은 기온 때문에 새만금 텐트촌의 영지내 프로그램은 첫날 50%로 축소했다가, 다음날부터는 낮시간대 모든 야외 프로그램이 100% 금지가 됐다. 그래서 인지 4일 새만금 야영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텐트촌은 텅 비어 있었다. 햇빛이 내려쬐는 영지 내에 돌아다니는 대원들은 거의 없었다. 대신 몽골텐트 밑이나 그늘막 밑에 몰려 있을 뿐이었다. 보라색, 분홍색, 파란색의 텐트 속에도 남아 있는 학생들은 없었다. 4만 명 가까운 참가자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잼버리 참가자들은 모두 버스를 타고 전북 각 지역의 산과 계곡, 바다, 전시장, 박물관으로 체험활동을 떠난 것이다. 폭염이 내리쬐는 낮시간에 영지내 활동이 금지되자 영외활동을 크게 늘린 것이다.

새만금 야영지에서 나와 야외활동 중인 잼버리 참가자들.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부안, 김제, 군산, 전주, 순창, 무주 등 전북 14개 시군의 산과 계곡, 바다 곳곳에서 체험활동 중이었다. 영외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하루에 약 1만2000여명 규모. 새만금 영지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한국문화와 산사, 자연을 체험하는 각국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잼버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영지 내 땡볕에 노출돼 하루종일 갇혀 지내는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해보니 실상은 달랐다. 그동안 영지 내부의 시설 문제만 집중 제기되다 보니, 학생들이 낮시간대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야외활동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와 자연을 만끽하며 체험하고 있는 영외 활동 프로그램을 취재해보았다.

변산국립공원 직소천 계곡에서 패들보트를 타고 물놀이를 하는 잼버리 참가자들. 부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변산국립공원에 있는 직소천 계곡에서 패들보드와 뗏목을 타고, 야외 수영장 물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뗏목체험장 건물 앞에는 학생들을 태운 버스들이 쉴새 없이 도착했다.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조별로 뗏목을 타고 놀았다.

변산반도 직소천 계곡에서 패들보드를 타는 학생들. 부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뗏목을 흔들고, 물에 풍덩 빠지고, 수영을 하며 소리치는 모습이 계곡에 울려퍼졌다. 자원봉사자들은 뗏목체험을 마친 학생들에게 호스를 통해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주며 계곡물을 씻게 해주었다.

변산국립공원 직소천에서 물놀이를 마친 참가자들에게 자원봉사자가 물줄기 샤워를 해주고 있다. 부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당시는 아직 영국 참가자들도 떠나지 않았던 상태. 뗏목체험을 마치고 나온 영국 학생 대원들은 “계곡이 너무 아름답다” “재밌다” “새만금 야영지는 너무 더웠는데, 이곳은 너무 시원하다”라며 ‘원더풀(Wonderful), 뷰티풀(Beautiful), 퍼니(funny)’를 연발했다.

직소천 계곡에서 물놀이 야외활동을 마치고 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 부얀=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북 부안 내소사, 고창 선운사, 김제 금산사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염주알을 실에 꿰어 손목 팔찌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절을 해보고, 명상도 체험해보는 과정을 즐겼다.

부안 내소사에서 손목 염주를 만들어보는 체험 중인 잼버리 참가자들.
전북 부안 내소사에서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학생들.
K푸드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염전으로 유명한 부안의 곰소 젓갈 발효식품 센터에서는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곰소 젓갈을 활용한 김치담그기와 김치부침개 먹기를 하고 있었다. 체험 도중 강남스타일 음악이 나오자 학생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했다. 순창 ‘고추장 익는 마을’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고추장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며 즐거워했다.

부안 곰소 젓갈 발효식품센터에서 김치를 담그는 잼버리 참가자.
잼버리 참가자들이 부안 곰소 젓갈 발효식품센터에서 김치 담그던 중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잼버리 참가자들이 곰소 젓갈 발효 식품센터에서 김치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김치 담그기 체험 중인 각국 스카우트 학생들.
부안청자박물관은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돼 학생들이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였다. 학생들은 청자 전시관을 둘러보고 난 뒤 도예를 체험했다. 직접 물레를 돌리기도 하고, 흙을 빚은 판에 그림을 그려넣기도 하며 진지하게 체험에 임했다.

부안청자박물관에 들어가는 잼버리 참가자들.
잼버리 참가자가 부안청자박물관에서 도예 체험을 하고 있다.
잼버리 참가자가 부안청자박물관에서 도예 체험을 하고 있다.
물레를 돌리며 청자를 빗는 체험을 하고 있는 잼버리 참가자.
물레를 돌리며 청자를 빗는 체험을 하고 있는 잼버리 참가자.
부안청자박물관 숯가마를 둘러보는 잼버리 참가자들.
부안청자박물관에서 전시를 관람 중인 잼버리 대원들.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영화 ‘왕의 남자’ ‘불멸의 이순신’ ‘변산’, 드라마 ‘킹덤’ ‘미스터선샤인’ 등을 촬영했던 명소. 학생들은 이 곳에서 한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과 강강수월래를 함께 하고, 씨름과 민속놀이를 즐겼다. 자원봉사자들은 학생들을 위해 호스로 수시로 물을 뿌려주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부안 영상테마파크에서 강강수월래 하는 잼버리 참가자들.
부안 영상테마파크에서 씨름을 하고 있는 잼버리 참가자들.
부안영상테마파크를 찾은 학생들의 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물을 뿌려주고 있다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 해보니 날씨에 대해선 영국 학생들은 “새만금 영지는 너무 덥다. 그러나 야외 활동을 다니는 것은 시원하고 좋다”고 대답했다. 일본에서 온 참가자는 “여름날씨로는 일본이 더 덥고 습도가 높다”는 반응이었다.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잼버리 참가자들.
이밖에도 스카우트대원들은 익산 미륵사지 왕궁리유적과 고창 고인돌 유적 역사 기행, 전주한옥마을과 완주BTS로드 등 한류 문화 체험, 군산 선유도 집라인과 고창 갯벌 체험, 임실 치즈테마파크 슬로 투어 등 전라북도 각지에서 한국문화를 체험 중이다.

접시돌리기 체험.
6일 새만금 영지내에서 예정된 K팝 콘서트는 일단 취소됐다. 영지 내에서 대규모로 모이는 것은 아무래도 장소도 좁고, 사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K팝 콘서트는 대회장을 떠난 영국, 미국 학생들도 참가하지 못해 매우 아쉬워했을 정도로 참가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던 만큼, 새만금 야영지 보다는 제대로 시설을 갖춘 운동장이나 실내 공연장으로 분산해서 개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새만금 야영지내 행사용 텐트. 새만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문제는 새만금 야영지 상황이다. 개영식 직후 초반의 혼란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물이 덜 빠진 갯벌에 텐트를 치고, 화장실 청소도 불결하고, 식사도 문제가 발생했다. 대회 조직위 측은 “8000명 오기로 했던 자원봉사자들 중 2000명이 오지 않아 인력 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세계잼버리 대회가 열리고 있는 새만금 야영지내 그늘막. 새만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조직위 측에서 화장실을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청소하는 것으로 업체와 계약을 했다고 한다. 일반 업무용 건물의 화장실 청소처럼 생각했던 탓이다. 잼버리 대회 특성상 저녁시간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24시간 이용하는데, 오후 6시 이후로는 청소가 이뤄지지 않아 밤부터 아침까지 화장실이 불결해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했던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부안군청 공무원들이 동원돼 화장실 청소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현재는 청소업체 상주인력을 늘려, 1시간 단위로 청소하는 것으로 바꾼 뒤에는, 문제가 없어졌다고 한다.

세계잼버리 대회가 열리고 있는 새만금 야영지내 경찰과소방관들이 상주하는 텐트. 새만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이처럼 뒤늦게나마 새만금 야영지의 질서는 조금씩 잡혀가고 있다. 야영지에서 학생들과 함께 야영을 하고 있는 김관영 전북지사는 “새만금 야영지는 해가 지면 좀 선선해지는데, 밤에는 텐트에서 한기를 느껴 이불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낮의 폭염을 피하는 것. 영지내 활동은 폐쇄하고, 산과 계곡, 박물관과 전시장에서 적극적인 영외활동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참가자 중 새만금 영지를 벗어나 야외 활동에 참여하는 인원은 하루 약 1만 2000여 명 규모.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의 참가자 5000여 명이 대회장을 떠났지만, 모든 참가자가 야외 활동에 참가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새만금 야영지에 있는 바다와 민물이 섞인 호수에서 뗏목과 카약을 타는 잼버리 참가자들. 새만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5일 잼버리 대회 참가국 대표자들이 회의한 결과 ‘새만금 잼버리를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진행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K문화를 체험하는 영외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조계종은 전국의 사찰을 잼버리 대원들의 템플스테이 장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부산에서는 1만 명 규모의 학생들의 야외 체험을 지원하며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전도 벌이기로 했다. 속초, 충청도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학생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전라북도가 낮시간대 모든 학생들의 영외활동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드러난 만큼, 개최지로서의 프리미엄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전북은 버스를 타면 쉽게 타 시도로 이동할 수 있어 전국의 지자체가 함께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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