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
이통사에 내는 이용료 절반 인하
자체 요금제 설계도 제도적 지원
제4이통사, 민간 수요때 재추진
5세대(5G) 데이터 20기가바이트(GB)를 1만 원대에 쓸 수 있는 알뜰폰(MVNO) 요금제가 출시되는 길이 열렸다.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사를 상대로 지불하는 망 사용료를 기존 대비 절반 이하로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알뜰폰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망 도매대가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망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 3사의 통신망을 빌려쓰고 지불하는 비용이다. 도매 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을 기준으로 현재 데이터 도매대가는 1MB당 1.29원인데 정부는 이를 최대 52% 저렴한 0.62원까지 낮출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통해 20GB 상당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1만 원대 5G 알뜰 요금제가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통신 3사의 20GB 요금제가 4만 원대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알뜰폰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정부는 통신 3사처럼 이용자 맞춤형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풀 MVNO’를 키우기 위해 제도 개선과 설비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풀MVNO는 자체적으로 전산 시스템과 설비를 갖춰 독자적으로 요금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업자를 뜻한다.
알뜰폰이 대포폰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도 마련된다. 또 신규 사업자가 정보보호 의무 이행 등을 위한 충분한 재정을 갖출 수 있도록 자본금 기준도 기존 3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알뜰폰을 이용하는 사용자를 위한 방안도 나왔다. 데이터 속도제한 상품과 해외로밍 상품을 지금보다 늘린다. 데이터 속도제한 상품은 데이터가 모두 소진되더라도 속도를 제한한 상태로 인터넷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알뜰폰 상품은 현재 데이터 소진 후 최대 속도가 400Kbps인데 이를 통신 3사와 비슷하게 1Mbps까지 늘리기로 했다. 알뜰폰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요금제를 설계할 때 운영 제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와의 도매 제공 협정에도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날 중단된 제4이동통신사업자 유치 정책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를 사업자 후보로 선정했으나 자본금 미납 등을 이유로 지난해 7월 후보 자격을 취소한 바 있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연구반을 만들어 제도 개선 방안 논의를 진행했고 이날 처음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주파수 할당 공고를 할 때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때마다 수시 공고할 수 있도록 관련된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 결국 그동안 추진했던 제4이통사 유치 정책을 잠정 중단하고 민간에서 새로운 사업자를 필요로 할 때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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