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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창의성의 이야기로 한 스푼의 영감을 채워드립니다.


이제는 미술관에서 그림이 아닌 무언가를 감상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작가가 사인하고 ‘샘’이라 이름 붙인 변기부터 포르말린 수조에 담긴 죽은 상어, 혹은 텅 빈 공간에 춤을 추는 무용수나 소리만 가득한 풍경도 마주할 수 있죠. 지금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선 반세기 전 이런 형태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부활해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독일 뮌헨의 현대미술관인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서 처음 선보이고 이탈리아 로마와 홍콩을 거쳐 온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5월 5일∼11월 29일) 이야기입니다. ‘다른 공간 안으로’전은 1956년 야마자키 쓰루코의 설치 작품 ‘빨강’부터 1976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환경/예술’전까지 약 20년 동안 여성 작가 11명이 남긴 실험적인 작품을 조명합니다. 4년이 넘는 준비 과정을 거쳐 잊혀진 작품들을 연구하고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서울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데요. 이 전시의 두 큐레이터, 안드레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중심지인 시청 광장을 마주 보고 서 있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AAM·Asian Art Museum)은 지금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 서 있습니다. 이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은 한국계 이소영 관장입니다. 미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에서 15년 넘게 한국 미술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한국 미술을 알리는 데 앞장섰던 그가, 이젠 미 서부의 관문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 미술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습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함께 한국을 찾은 이 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메트 亞전시실 ‘마지막 방’ 이 관장의 예술적 뿌리와 안목은 어린 시절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머물렀던 해외 생활에서 싹텄습니다. 한국을 잘 모르던 나라들에서 살았던 기억은 지금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영국에 살았을 때입니다. 당시 한국 정부가 ‘한국 미술 5000년’이란 대규모 순회전을 기획했고, 공보처 소속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는 이 전시

허공에 대고 그린 선처럼 구부러진 철근이 미술관 흰 벽에 비스듬히 놓여 있습니다. 모양은 가느다랗지만 검고 무거운 이 철근에 짓눌려 있는 건 낡은 구두 한 짝. 누군가의 발을 단단히 고정해 주었을 끈마저 느슨하게 풀려 아래로 치렁치렁하게 늘어졌습니다. 초라한 구두와 철근으로 만든 현대미술 작품,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에겐 낯설기만 한 이야기죠. 만약 이 작품을 한국에서 누군가 소장했다면 전문적인 기관에서나 했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이 작품의 주인은 개인 소장가입니다. 2017년부터 공동으로 미술품을 소장해 온 그룹 ‘아르케 Ⅱ’의 회장인 한송이 씨를 최근 만났습니다. 호크니전 초대받은 유일한 한국인 요즘 대전의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에선 한 씨를 포함한 14명의 컬렉터 모임 ‘아르케 Ⅱ’의 소장품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곳 2층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낡은 구두 작품은 프랑스계 이탈리아 작가 타티아나 트루베의 ‘Wander Lines’로, 한 씨는 이 작품에서 지적 감동을

1980년대 초반 홍콩. 캐나다 맥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청년 사업가 패트릭 선이 센트럴 지역의 ‘할리우드 로드’를 분주히 돌아다닙니다.당시에는 영화 ‘중경삼림’으로 유명해진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없는, 가파른 언덕 위 복잡한 동네였죠.부동산 개발 회사를 차린 선은 밝은 눈으로 이 지역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과감히 투자해 회사를 성공 궤도에 올렸습니다.그의 회사는 글로벌 금융사, 로펌, 정보기술(IT) 기업이 입주한 ‘킨윅 센터’를 비롯해 홍콩의 상업 부동산을 관리, 개발합니다.그런데 이 지역에서 ‘부동산 사업가 선’이 아닌 ‘인간 패트릭’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또 있었습니다.바로 허름한 골목에 늘어선 수백 개 골동품 가게들. 먼지 쌓인 작은 가게들 속에 그림과 유물에 매료돼 선은 컬렉션을 시작합니다.지금은 아시아 미술계의 중요한 인물이 된 그의 컬렉션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전시 개막을 맞아 서울을 찾은 선을 17일 만났습니다.국내 최초 대규모 퀴어 미술전고미술로 수집

1980년대 초반 홍콩. 캐나다 맥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청년 사업가 패트릭 선이 센트럴 지역의 ‘할리우드 로드’를 분주히 돌아다닙니다. 당시에는 영화 ‘중경삼림’으로 유명해진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없는, 가파른 언덕 위 복잡한 동네였죠. 부동산 개발 회사를 차린 선은 밝은 눈으로 이 지역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과감히 투자해 회사를 성공 궤도에 올렸습니다. 그의 회사는 글로벌 금융사, 로펌, 정보기술(IT) 기업이 입주한 ‘킨윅 센터’를 비롯해 홍콩의 상업 부동산을 관리, 개발합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부동산 사업가 선’이 아닌 ‘인간 패트릭’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또 있었습니다. 바로 허름한 골목에 늘어선 수백 개 골동품 가게들. 먼지 쌓인 작은 가게들 속에 그림과 유물에 매료돼 선은 컬렉션을 시작합니다. 지금은 아시아 미술계의 중요한 인물이 된 그의 컬렉션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전시 개막을 맞아 서울을 찾은 선을 17일 만났습니다. 고미술로 수집을 시작

“미대 입학 실기 시험을 보던 날이었죠. 석고상 그리기 과제가 주어지자 학생들이 쏜살같이 달려가 좋은 자리를 차지했어요. 앉을 자리가 없어 고민하다, 아폴로 뒤통수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1970년대 실험미술 그룹에 참여하며 ‘건빵 먹기’ 같은 퍼포먼스를 했던 이건용 작가(84)를 3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만났습니다. 팔순의 나이에도 미술관에서 분필을 들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달팽이 걸음’ 같은 퍼포먼스를 하는 이 작가. 그는 자기가 있는 공간을 ‘웅성웅성’하게 만들고, ‘저 사람 뭐야?’ 하며 쳐다보게 만들기를 즐깁니다. 작가가 전한 ‘아폴로 뒤통수를 그릴 때’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리가 없기도 했지만 남들과 다른 걸 하고 싶었다”는 그의 모습은 당시 홍익대 미대 학장이었던 화가 김환기의 눈에 띕니다. “김환기 학장이 실기 시험하는 학생들을 둘러보다 저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어요. ‘아니, 자네는 왜 아폴로 뒤통수를 그리나?’ 그래서 자리

연초가 되면 주요 미술관들은 예정 전시를 발표하기에 바쁩니다.올해에도 라파엘로(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세잔(스위스 바이엘러재단 미술관), 마티스(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프리다 칼로(영국 테이트모던) 등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관객을 기다리는 가운데, 아시아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소식은 의외의 곳에서 있었습니다.그 소식은 바로 일본의 미술관에서 여름에 예정된 전시 이야기입니다. 이 전시는 심지어 도쿄도 아닌 오사카에 있는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 열리며, 약 한 달간 이어질 예정입니다.그런데 벌써부터 오사카행 티켓을 예약했다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여럿 들립니다. 그 이유는 ‘북구의 모나리자’,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전시되기 때문입니다.베일에 싸인 미인도‘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페르메이르가 33세인 1665년경에 그린 인물화입니다.어두운 배경 앞에 선 여자가 고개를 돌려 관객을 바라보고 있고, 푸른빛의 터번을 쓰고 있으며 커다란 진주 귀걸이를

연초가 되면 주요 미술관들은 예정 전시를 발표하기에 바쁩니다. 올해에도 라파엘로(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세잔(스위스 바이엘러재단 미술관), 마티스(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프리다 칼로(영국 테이트모던) 등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관객을 기다리는 가운데, 아시아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소식은 의외의 곳에서 들려왔습니다. 바로 일본의 미술관에서 여름에 예정된 한 전시입니다. 심지어 도쿄도 아닌 오사카에 있는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 열리며, 단 한 달만 이어질 예정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국내에서도 오사카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단 얘기까지 들립니다. 그 이유는 “북구의 모나리자”, 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오기 때문입니다. 베일에 싸인 미인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페르메이르가 33세인 1665년경에 그린 인물화입니다. 어두운 배경 앞에 선 여성이 고개를 돌려 관객을 바라보고 있고, 푸른 빛의 터번을 쓰고 있으며 커다란 진주 귀걸이를 걸고 있죠. 높이

흰 눈이 두껍게 쌓인 오두막이 굽이굽이 펼쳐진 어느 시골 마을. 멀리 하늘에선 오렌지색 노을이 보입니다. 회색이 감도는 흰 눈과 차가운 겨울밤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색을 제외하면, 이 그림에서 빛나는 건 석양과 여성들의 주홍빛 얼굴뿐입니다. 반짝이는 전구로 가득한 트리와 선명하고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그래픽이 행인의 시선을 잡아끄는 요즘 크리스마스 풍경을 생각하면, 프랑스 화가 폴 고갱(1848∼1903)이 그린 이 ‘크리스마스 밤’은 낯설 만큼 고요하게 느껴집니다. 이날 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요? 수수께끼로 가득한 밤 이 그림은 고갱이 세상을 떠난 뒤 그가 살던 타히티의 작업실에서 발견됐습니다. 고갱이 프랑스 서북부 브르타뉴 지역의 마을인 퐁타벤에 머물 때인 1894년 그리기 시작해 1902∼1903년 완성된 유화입니다. 고갱의 서명이 그림 오른편 조각상 아래 단에 보입니다. 먼저 나란히 걸어가는 소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그림이 아기 예수의 탄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엘리자베스 레더러 초상’이 근현대미술 최고가를 기록하고 난 3일 뒤. 이번엔 여성 미술가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21일(현지 시간) 같은 경매에서 5470만 달러(약 806억 원)에 낙찰된 프리다 칼로의 작품 ‘엘 수에뇨(라 카마)’, 즉 ‘꿈(침대)’입니다. 이 기록은 2021년 세워진 라틴아메리카 작가의 작품 최고가도 넘어섰습니다. 이전 라틴아메리카 최고가 작품 역시 칼로가 그린 ‘디에고와 나’였습니다. 침대, 해골 그리고 나 ‘엘 수에뇨’에는 구름이 자욱한 하늘 위로 떠 있는 침대, 금색 이불을 덮고 있는 프리다, 그리고 캐노피 위에 놓인 해골이 보입니다. 해골은 꽃다발을 쥐고 있지만, 온몸에는 다이너마이트 전선이 칭칭 감겨 있습니다. 불길한 무언가가 일어날 듯한 분위기입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지붕을 사이에 두고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진 닮은꼴의 프리다와 해골입니다. 두 사람의 옆으로 누운 자세부터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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