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유정(58)은 자타공인 범죄스릴러의 대가입니다. 대중에게 페이지 터너(page turner·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는 책)로 인정받은 악(惡)의 3부작(‘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모두 범죄스릴러 장르고요. ‘고유정 사건’을 모티브로 한 ‘완전한 행복’도 범죄스릴러죠. 적어도 이 장르만큼은 당분간 한국에서 정유정을 넘어설 작가는 없을 만큼 ‘정유정 스타일’은 곧 살벌한 스릴러로 통합니다.그런데 그가 올해 발표한 여덟 번째 장편소설은 전작과는 사뭇 다릅니다. 신작 ‘영원한 천국’에서 처음으로 SF 로맨스에 도전한 겁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합니다.”신작에서 정유정은 자신의 주된 장기를 잠시 내려놨습니다. 흥행이 보증된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이죠. 탄탄한 팬덤을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가 ‘정유정 스타일’에 매료된 독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건, 어쩌면 신인 작가가 첫 작
프라이팬과 냄비, 계량컵, 각종 그릇과 조리 기구, 양념장, 세 대의 소형 냉장고, 그리고 전자레인지까지. 부엌을 묘사한 것이냐고요? 아닙니다. 명훈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진료처장(54)의 연구실 풍경입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들어가면 책이 한가득한 책장과 책상 사이에 1인용 리클라이너 소파가 연구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고요. 옷도 이곳저곳 걸려있습니다. 이 정도면 교수의 연구실이라기보다는 자취하는 원룸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 실제로 명 교수는 일주일에 이틀 혹은 사흘을 이곳에서 먹고, 자고, 씻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치과의사의 삶과는 사뭇 다르죠. 그가 이 같은 생활을 하는 이유는 ‘진료하고 수술하느라 바빠서’입니다. 그의 전공은 구강악안면외과. 툭하면 응급상황이 발생해 급하게 병원으로 와야 하는 때도 발생하고요. 그는 주로 구강암을 치료하고 있는데, 구강암 수술은 출혈도 많고 생명에 위험이 많은 난이도 높은 수술인 데다 밤을 새우기 일쑤입니다. 이 와중에 그는 환자들
올해 8월,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첫 베트남 출신 교수가 탄생했습니다. 주인공은 팜 트린 교수(31)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의 교수님’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러라는 법은 없습니다. 인구 1억 명, 평균 연령 32.5세의 베트남은 이미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로 평가받고 있고요. 학구열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베트남의 한 시골 마을 출신이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 중에는 때때로 불편함과 좌절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번주 〈브렉퍼스트〉팀은 팜 교수의 성장 스토리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손빨래하며 유학 생활한 10대 소녀팜 교수의 ‘유학’ 생활은 중학생 때 시작됐습니다. 베트남 중남부 지역인 람동(Lam Dong)성의 농업 지역 ‘바오람(Bao Lam)’에서 나고 자란 그는 14세 무렵 부모님을 떠나 고향에서 20㎞ 떨어진 ‘바오록(Bao Loc)’으로 이동했습니다. 같은 성
기업용 채팅 솔루션 분야 세계 1위인 ‘센드버드’는 한국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로 진출한 스타트업 가운데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된 기업입니다.한국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등극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숫자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1248곳인데요, 한국 유니콘 기업은 20곳 남짓입니다. (다만 센드버드는 한국에서 창업했지만 2014년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한 뒤 유니콘이 돼 미국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됨)문화적, 제도적 여건이 다른 미국에서 센드버드는 어떻게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요. 영광을 얻기 위해서는 역경을 거쳐야 하기 마련이죠.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44)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 첫 창업에 나섰고, 성공한 선례가 없어 주변 이들이 미국 진출을 말릴 때에도 꿋꿋이 밀고 나가야 했습니다. 아마도 관성에 맞서지 않았다면 지금의 센드버
공군 전투조종사가 되기란 쉽지 않은 길입니다. 전투조종사를 꿈 꾸던 수 많은 공군 장교들이 3단계의 비행교육 과정에서 낙방하거나 포기합니다. 그 중에서도 소수의 베테랑 전투조종사에게만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을 시험비행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안전성을 시험 평가하는 일이라 베테랑 조종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단 8명 뿐인 KF-21 시범비행 조종사(테스트 파일럿) 중 유일한 여군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공군시험평가단 시험평가센터 소속 정다정 소령(38)입니다. 171㎝의 큰 키와 쇼트커트 스타일의 머리, 중저음의 목소리
<브렉퍼스트>팀이 배우 류덕환(37)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는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데뷔한 지 30년 넘는 배우가 연기(演技) 대신 영화감독이나 전시 기획자 등 다양한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관성을 깨는 것이다, 라고요. 그는 올해 8월 약 2주간 서울 성수동에서 ‘NONFUNGIBLE: 대체불가’라는 전시를 열었습니다. 전시 주제와 콘셉트도 색달랐고요. 그런데 막상 인터뷰를 진행하자 ‘전시 기획도 하는 배우’라고 초점을 맞추기에 그의 말과 대답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감독, 전시 기획자이기 이전에 그는 연기를 하면서도 매 순간 관성을 깨는 배우였습니다. 5세 무렵 연극 ‘벌거벗은 임금님’과 ‘뽀뽀뽀’로 데뷔, 8세 때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순길이(복길이 동생)로 출연했습니다. 19살이던 2006년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로 신인남우상을 받으며 성인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했고요. 류덕환은 어떤 관성을 깨는 삶을 살아왔을까요.군대 후임이 던진 질문에 깨달
올해 4월 20일, 3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빅오션(Big Ocean)’이 데뷔했습니다. 준수한 외모에 호감 가는 미소,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는 안무…. 언뜻 보기엔 매년 새롭게 데뷔하는 신인 아이돌 그룹 중 한 팀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빅오션의 무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느 신인 그룹과 다른 점이 보였습니다. 우선 안무 중간중간 수어가 들어가 있었고요. 관람석의 모습도 남달랐습니다. 무대에 가수가 등장하면 대개 팬들이 환호하며 응원봉을 흔들고 응원하는 구호를 외치기 마련인데, 오히려 조용했던 것이죠. 대신 팬들은 양 손을 하늘을 향해 들고 손목을 수평 방향으로 돌리며 ‘머리위로 반짝반짝’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습니다.사실 빅오션을 따라 다니는 수식어가 하나 있습니다. ‘K팝 최초 청각 장애 아이돌 그룹’. 빅오션 멤버인 지석·현진·찬연 씨 모두 청각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팬들이 특별한 응원 동작을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있는 멤버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총 12년을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취직을 하는 것. 한국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인생 코스입니다. 그렇게 마치 인생이 정해진 듯 살다가, 문득 혼란스러웠던 적도 있을 겁니다. 길 위에서 중간 중간 한 번씩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시기가 오기 때문입니다.유튜버로 활동 중인 ‘전진소녀’ 이아진 씨(22)는 이런 한국 사회의 관성을 깨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박차고 나와 빌더(목수) 일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고등학교 자퇴 후 빌더(목수)로 활동하다 건축학도가 된 청년’ 아진 씨의 성장 이야기를 〈브렉퍼스트〉 팀이 들어봤습니다.따돌림 속 시작된 용기책상 앞에 앉아 끈기있게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딸. 어머니는 딸이 한국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걸 걱정했습니다. 수업보다는 방과 후 활동, 체육을 더 열심히 하면서 중학교 1학년까지 참 재밌게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좀 더 자유로운 학교생활을 하길 바랐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9월 BreakFirst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상반기 진행된 시즌1에서는 관성을 깬 이들 11명을 인터뷰했었는데요. 시즌2에 합류한 제가 독자의 입장이 돼 되새겨볼만한 이야기들을 재발굴해 봤습니다. 추석 연휴를 맞아, 묵혀두기 아까운 이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떠올리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행운’이라는 이름의 ‘칠전팔기’조은우 ‘복을 만드는 사람들(복만사)’ 대표(43)는 냉동김밥 창시자입니다. ‘저렴하고 품질은 다소 떨어지는 냉동제품’이라는 고정관념은 기술 개발을 통해 ‘비건김밥’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냉동김밥을 만들기까지 조 대표는 수 차례 ‘불운’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고깃집, 죽, 이유식, 빵, 호떡, 치즈스틱까지 일곱 번이나 종목을 바꿔가며 창업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하게 됩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공에 ‘여러 행운이 따랐다’고 했습니다. 사실 시즌1에 함께 한 인터뷰이 중 조 대표처럼
공부에는 관심 없고 그저 놀기 좋아하는 10대 소년이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에 관심이 없었기에 대학에 떨어져도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20대 초반 우연히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겼고, 미국 유학을 결심합니다. 그런데 비자 발급을 거부당합니다. 유학원을 통해 준비한 서류가 알고 보니 여자 기숙학교 입학 허가서였거든요. 허술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간다며 수많은 지인들과 송별회까지 가졌는데, 처지가 우스워졌습니다. ‘미국 비자를 다시 준비하려면 6개월 이상 걸리는데….’ 급한 마음에 다른 행선지를 찾아 나섰고, 영국 비자는 상대적으로 받기 쉽다는 이야기에 영국행을 결정합니다.흔하디흔한 도피성 유학 아니냐고요? 그런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가 김명중 씨(MJ KIM·52)라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할 법한 청년이 어떤 관성을 깨고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됐을까요. 〈브렉퍼스트〉 팀이 만나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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