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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한 스푼

미술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창의성의 이야기로 한 스푼의 영감을 채워드립니다.

영감 한 스푼
  • ‘겉바속촉’형 인간이 사진기를 놓지 않은 이유[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 동아일보 김태언 기자입니다.시작 전 한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다정한 느낌을 풍기는 글, 그림, 사진, 영상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괜스레 그 작가를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뜻하지 않게 작가를 만나게 됐습니다. 신난 마음에 말을 걸었는데, 생각보다 무심합니다. 이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뭐지? 내가 마음에 안 드나?’‘내가 잘못 판단했군. 별로네.’‘속았다. 작품은 꾸며낸 건가?’여러 가지 감정이 들 겁니다. 그런데 더 호기심이 생긴 분은 없으셨나요? 전 어떤 이와 그가 표현해낸 무언가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 ‘더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괜한 오기였을 수도 있습니다.제가 이상하게 느껴지신다면, 오늘 레터를 천천히 읽어봐 주세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있었던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는 냉정하고도 다정한, 쉽게 단정 짓기 어려운 인물입니다.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방법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방법1. 보모로 일해 온 비

    • 202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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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치아 가장 화려한 궁전에 펼친 회색빛 폐허[영감 한 스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관문과도 같은 산마르코 광장에 가면 1340년 지어져 베네치아 총독 관저로 쓰였던 두칼레 궁전이 있습니다. 여행자의 도시 베네치아에서도 가장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유명한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건넜다는 ‘탄식의 다리’가 여기에 있죠. 가장 베네치아다운 건축물이라고 불리는 이 궁전에는 티치아노, 틴토레토, 베로네세 같은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 거장들의 작품이 있습니다. 이곳에 처음으로 현대미술가가 대규모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미술가 안젤름 키퍼(77)입니다. 키퍼는 이 궁전에서 두 번째로 큰 ‘스크루티니오의 방’에 무엇을 펼쳐 보였을까요? 키퍼는 화려한 금박 장식 천장화로 가득한 스크루티니오의 방 네 벽을 엄청나게 큰 회화로 뒤덮었습니다. 그림들은 불에 그슬린 듯 어두운 톤이 주를 이룹니다. 그 속에는 사람은 없이 텅 빈 옷, 자전거, 마차가 유령처럼 허공을 떠다닙니다. 공허함을 극대화하는 것은 회색 덩굴에 둘러싸인 관입니다. 힘없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빛

    •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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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뚱이 모니터가 빠지면, 작품이 달라질까요? [영감 한 스푼]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지난주, 백남준(1932~2006)의 ‘다다익선’이 4년 만에 재가동됐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중심을 지키던 다다익선에 드디어 불이 들어오게 된 거죠. 2018년, 다다익선은 일부 모니터가 고장 나 가동이 중단됐고 이듬해부터 복원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복원 과정이 어땠는지 담당 학예연구사를 만나 들어봤습니다.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아트 소장품들의 보존 방법은 어떤지도 살펴봅니다. 미디어아트 작품을 주로 소장하는 기관에는 대개 테크니션(기술자)이 있습니다. 이들만 있으면 만사형통일까요? 미디어아트를 주로 담당하는 큐레이터와 미술관은 무엇 때문에 고군분투 중인 걸까요? 확인하러 가봅시다. 4년 만에 깨어난 다다익선, “인공호흡기 단 상태” 1988년 9월 15일, 다다익선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올해 같은 날, 다다익선은 약 4년 만에 재가동됐죠. 하지만 점등한 지 5분 만에 모니터 1대가 꺼지는 등

    • 20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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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거장 안젤름 키퍼의 매혹적인 폐허 [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여러분은 혼자서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달을 찾아보며 감상에 젖을 수도, 어떤 사람은 달에서 절구를 찧는다는 토끼를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겠네요. 또 천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알 수 있는 별을 헤아려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밤하늘을 혼자서 본 적이 언제인가 싶기도 한데요.저는 어릴 적에 밤하늘을 보면 막연한 불안감이 몰려와 잘 쳐다보지 못했답니다. 우연히 창문 밖으로 보인 밤하늘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해 일부러 외면한 적도 있고요.왜 그랬냐면….어두운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들 때문이었습니다.저는 별을 보면 그것이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를 생각하고, 그러면 별에서는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를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이 그곳에서는 먼지보다도 못한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되죠.이 깨달음을 곱씹다 보면 그날 숙면은 포기해야 합니다. '나

    •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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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이트 미술관장은 전시 인증샷 어떻게 생각할까?[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지난주 영국 테이트 미술관을 이끄는 관장 마리아 발쇼가 한국을 찾아 직접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테이트 미술관은 영국의 최대 공립 미술관으로 런던에 2개(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등 4개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마 런던 여행을 간다면 테이트 모던은 많은 분들이 방문하는 코스이기도 할텐데요.매년 700만 명이 찾는 미술관이자, 대규모 기획 전시로 국제 미술에서 담론을 주도하는 영향력있는 기관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마리아 발쇼입니다. 저도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은 분이었기에 조금 긴장이 되더라구요. 그녀는 자신이 워킹 클래스 출신으로 미술과 거리가 먼 유년 시절을 보내다, 우연히 TV로 접한 작품을 보고 호기심에 이끌려 미술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끌어준 것, 그리고 미술관의 새 역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영감한스푼 미리보기테이트 미술관장 마리아 발쇼

    • 202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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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즈 서울 현장은 북적였지만, 실속은 누구에게? [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   9월 2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을 맞아 미술계가 시끌벅적한 한 주 였습니다. 이번 주말까지 페어를 찾는 발길들로 서울이 분주할 것 같은데요. '영감한스푼'은 오늘 개막한 프리즈 서울을 찾아 현장 분위기를 담아왔습니다. 방문객들은 '해외를 가야만 볼 수 있는 작품을 서울에서 보니 기분이 좋다'며 들뜬 분위기였지만, 이 흥분이 가라앉았을 때 누가 웃고 울게 될 지를 생각하면 냉정해지는 하루였습니다.   저희는 '프리즈 서울'에 앞서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한국 작가의 작업실을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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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스키아 작품 1141억 낙찰, 경매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영감 한 스푼]

    <사진0> ※헨리 하일리. 사진:필립스 제공. Haydon Perrior for Thomas de Cruz Media 올해 한국, 어쩌면 아시아 미술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일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큰 아트페어가 열리면, 페어 자체도 큰 행사이지만 이것을 계기로 많은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서울에 몰려들면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뉴스레터도 미술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해봤는데요.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한국에서 전시를 여는 글로벌 경매사 ‘필립스’의 주요 경매를 책임지고 있는 경매사이자, 프라이빗 세일즈 디렉터인 헨리 하일리를 인터뷰로 미리 만났습니다. 영국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2008년 필립스에서 일을 시작한 하일리는 파블로 피카소의 ‘La Dormeuse’가 5780만 달러(약 776억 원)에 낙찰된 2018년 3월 런던 경매는 물론, 최근 장 미셸 바스키아의 ‘무제’(악마)가 필립스의 경매가 최고 기록인 850

    •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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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기억을 보관합니다[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 동아일보 김태언 기자입니다.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던 몇 해 전, 저도 집 정리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제가 의외로 미련이 많은 편이라는 걸 짐작했습니다. 중학생 때 샀던 캡 모자, 쓸모를 다한 피처폰, 공책 귀퉁이를 잘라 끄적였던 친구와의 쪽지까지. 무엇 하나 버리질 못하겠더라고요.함께 한 시간이 오래였기에 더 소중했고, 낡았기에 더욱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제 숙명(?)이라 생각하고 옷장에 모셔놓기로 했죠. 잃어버리는 게 아닌 이상 집안 어딘가에 영영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여러분도 남다른 애정을 느끼는 물건이 있으시지요? 매 순간 그 물건에 담긴 기억을 곱씹으며 사는 건 아니지만, 뜬금없이 떠오르는 기억들은 각자의 인생에 애틋함을 더하곤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가 시오타 치하루는 누군가의 기억의 잔상을 보관합니다. 그 기억 보관소를 함께 둘러볼까요?당신의 기억을 보관합니다시오타 치하루1. 시오타 치하루는 몇 번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신체의 유한함을 느

    •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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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픔을 기쁨으로 위로한 ‘잡스 터틀넥’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 오늘은 8월 5일 조용히 세상을 떠난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세이 미야케는 스티브 잡스의 상징과도 같은 터틀넥 니트는 물론, 주름을 활용한 실용적인 옷 라인 ‘플리츠 플리즈’, 그리고 한국인에게도 인기인 ‘바오바오백’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그의 옷들은 단순한 패션 디자인을 넘어 예술의 경지로도 인정받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또 방탄소년단(BTS)의 후원으로 전시를 열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조각가 안토리 곰리가 영국 캠브리지대학 캠퍼스 내에 앨런 튜링을 기리는 조각을 설치하게 된다는 소식도 전해드립니다. 당초 곰리의 조각에 대해 ‘오래된 건물인 캠퍼스의 역사성을 해친다’는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에 대해 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관장이 안토니 곰리를 지지하는 설명을 발표하는 등의 진통 끝에 설치 허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 ‘옷은 천 한 조각으로 시작된다’…예술성 인정받은 이세이 미야케

    • 202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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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 중심지, 프랑스 파리가 아니고 OO이다?! [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 김민 기자입니다.여러분은 ‘예술 중심지’라고 할 때 어떤 도시가 떠오르시나요? 일반적으로는 프랑스 파리가 여전히 예술의 도시라는 인상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 뉴욕을 떠올릴 분도 계실 테고요. 그리고 ‘독일’을 떠올린 분 계신가요? 독일을 생각하셨다면 미술계에 지금 몸담고 있는 분일 거라고 거의 확신합니다.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미술의 역사를 쓰는 중심지는 19세기 이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왔습니다. 첫 번째는 인상파가 활발했던 19세기 말의 프랑스 파리이가 중심이었던 게 맞습니다.그 다음 20세기부터는 미국이 문화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뉴욕이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로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죠. 그리고 냉전적 사고방식을 의심하기 시작한 지금은 독일이 미술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요인 중 하나, 독일의 조용한 도시 카셀에서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입니다.아직도 많은 분에게 생소할 이 현대미술 전시는 열릴 때마다 전

    •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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