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선주민인 ‘후니 쿠인’ 부족에게는 이런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태초에 인간이 땅을 밟으며 기나긴 여정을 떠났는데, 땅끝에서 바다를 만나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때 바다에서 거대한 악어가 나타나 자신의 등을 밟고 바다를 건너가도록 다리가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악어는 인간에게 도움을 준 대가로 자신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여기엔 조건이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동물을 바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악어에게 바칠 먹이가 부족해진 인간은 새끼 악어를 거대한
누군가를 마주할 때보다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빈자리에서 진실이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저에겐 외삼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가 그랬습니다. 유쾌한 멋쟁이였던 그가 두고 간 집을 정리할 때 쏟아져 나오던 온갖 잡동사니들. 낡은 낚시 모자, 지포 라이터, 짝이 맞지 않는 그릇 더미, 베란다에 쓸쓸히 놓인 화분들은 온 가족을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죠. 중국의 주목받는 현대미술가 장언리(張恩利·59)의 빈 양동이 시리즈를 보면 저는 그것을 스쳐 간 사람들의 외로움과 절망, 꿈과 희망이 떠오릅니다. 최근 하우저 앤드 워스 홍콩 갤러리에서 개인전 ‘얼굴들’을 통해 신작을 공개한 그의 작품 세계를 공유합니다. 빈 양동이, 상자와 고무호스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장언리의 ‘양동이’ 연작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놓인 듯한 양동이를 여러 각도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걸레를 빨거나, 더러워진 물을 나르거나, 필요하면 언제든 쓸 수 있게 아무렇게나 놓인 양동이입니다. 장언리는 2000년대에 이렇게 일상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누군가를 마주할 때보다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빈자리에서 진실이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저에겐 외삼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가 그랬습니다. 유쾌한 멋쟁이로 어릴 적 기억에 남았던 그가 두고 간 집을 정리할 때 쏟아져 나오던 온갖 잡동사니들. 낡은 낚시 모자, 지포 라이터, 짝이 맞지 않는 그릇더미, 베란다에 쓸쓸히 놓인 화분들은 온 가족을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죠.중국의 주목 받는 현대미술가 장언리(59·Zhang Enli)의 빈 양동이 시리즈를 보면 저는 그것을 스쳐 간 사람들의 외로움과 절망, 꿈과 희망이 떠오릅니다. 최근 하우저 앤 워스 홍콩 갤러리에서 개인전 ‘얼굴들’을 통해 신작을 공개한 그의 작품 세계를 오늘 독자 여러분께 공유합니다.빈 양동이, 책상과 고무호스영국 테이트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장언리의 ‘양동이’ 연작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놓인 듯한 양동이를 여러 각도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걸레를 빨거나, 더러워진 물을 나르거나, 필요하면 언제든
지난해 9월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취임한 뒤 100여 일 만에 언론 인터뷰에 나선 김성희 관장과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김 관장은 9일 2024∼2026년 미술관 운영 계획에 관한 밑그림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 저변에 김 관장의 어떤 구상이 있는지, 또 그러한 계획은 어떤 경험에서 나오게 된 것인지 들었습니다. 미술관, 계급장 떼고 공부하는 기관으로김 관장은 대학 졸업 직후 백남준의 가족이 하던 갤러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이 커리어로는 부족하니 유학을 다녀오라’는 백남준의 조언으로 미국 뉴욕으로 가서 현대미술관(MoMA), 디아 비컨 등에서 인턴으로 일합니다. 수십 년 뒤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된 그는 미국과 한국, 대학 강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 이론과 미술사가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신년 인사에서 ‘연구’와 ‘출간’을 중심으로 하는 기관을 만들겠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 미술에 대한 높은 관심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본질적인 콘텐츠가 뒷받침이 되어야 하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지난해 9월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취임한 뒤 100여 일 만에 언론 인터뷰에 나선 김성희 관장과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김 관장은 일주일 전 2024~2026년 미술관 운영 계획에 관한 밑그림을 밝히기도 했는데요.그 저변에 김 관장의 어떤 구상이 있는지, 또 그러한 계획은 어떤 경험에서 나오게 된 것인지 들었습니다. 요약하면 ‘미술관은 계급장 떼고 공부하는 기관’으로 만들고, ‘해외 석학을 초청해 한국 미술을 국제적으로 알린다’는 것을 김 관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미술관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최대한 자세히 소개합니다.“국립현대미술관, 계급장 떼고 공부하는 기관으로”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대학을 갓 졸업한 큐레이터였을 때 입니다. 김 관장은 백남준의 누님이 하던 ‘미건 갤러리’에서 일을 시작했죠. 이 갤러리에서는 백남준의 일도 맡았고, 그가 한국에 오면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백남준은 김 관장에게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 ‘영감 한 스푼’은 이번 주에 볼 만한 전시를 소개합니다.좋은 주말 보내세요!자연을 보는 여러 가지 시선의 의미아시아 젊은 컬렉터가 주목하는 일본 출신 작가 유이치 히라코(42)의 작품을 2월 4일까지 서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 공간 ‘스페이스K 서울’(서울 강서구)에서 열리는 개인전 ‘여행’을 통해서인데요. 작가의 회화 조각 설치 등 작품 30여 점이 소개됩니다.2013년 일본 신진 예술가를 위한 VOCA(Vision of Contemporary Art)상을 받고, 같은 해 도쿄도미술관 단체전을 비롯한 아시아 미술관 그룹전에 참가한 히라코는 2022년 도쿄 네리마 구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해외 미술관 개인전은 이번 스페이스K 서울이 처음입니다.사람의 몸에 나무 형태의 머리를 달고 있는 ‘트리맨’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도 ‘트리맨’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일본 작가 특유의 감미로운 색감을 가진 그의 작품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오늘 ‘영감 한 스푼’은 처음으로 미술관 초대 기획전을 열고, 자신이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를 철학자 김동훈과 함께 설명한 책 ‘제4의 벽’(민음사)를 최근 펴낸 배우 박신양 씨 인터뷰를 자세히 소개합니다.그럼 시작하겠습니다.-사회인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가면을 전 국민이 잘 알고 있고, 모두가 나를 그 가면으로 대한다면 어떨까요? 진짜 ‘나’의 자리가 없어지며 숨 막힌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오랫동안 명품 연기로 사랑받은 배우 박신양 씨를 만났습니다. 10년 전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그가 경기 평택시의 자동차 부품 공장을 개조한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진심을 나눌 사람을 찾고 싶어 그림을 그린다”는 그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먹고살기 바쁜 세상, 그래도 ‘나는 누구인가’ 고민에 괴로워”― 미술관 기획 초대전은 처음입니다. 이곳에서 전시하는 이유가 뭔가요?“제가 그리는 이유는 연기를 공부할 때 예술에 대해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좀 치고 싶었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에요.”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쪽 영추문 좌측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20대 남성 A 씨가 블로그에 쓴 내용입니다. A 씨는 10대 남녀 미성년자들이 경복궁 영추문 돌담에 ‘영화 공짜’ 낙서를 쓴 지 하루 만에 모방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첫 범행이 발생해 천막으로 덮어놓은 곳 바로 옆에 ‘조휴일’(밴드 검정치마의 멤버) 등 가수 이름과 앨범명이 담긴 길이 3m가량의 낙서를 남긴 거죠. 지난해 4월 한 대학생이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를 먹어 치우며 ‘예술’이라 한 데 이어 비슷한 주장이 또 등장했습니다. 미스치프가 누구이기에 A 씨의 ‘담벼락 낙서’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언급된 것일까요? 예수·사탄 신발로 온라인 달궈미스치프의 대표적 프로젝트라고 하면 ‘예수 신발’, ‘사탄 신발’이나 ‘빅 레드 부츠’가 떠오릅니다. 사실 미스치프는 시각 예술보다는 온라인에서 화제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 ‘영감 한 스푼’은 이번주에 볼 만한 전시를 소개합니다.좋은 주말 보내세요!남해 바닷가에서 넓은 세상으로, 구본창의 ‘항해’1972년 어느 날. 구본창은 친구에게 부탁해 남해 바닷가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는 자신의 뒷모습을 촬영합니다. 언젠가 꼭 저 바다 너머 세상으로 향할 것이라는 다짐으로….1988년 워커힐미술관에서 ‘사진, 새시좌’ 전을 기획해 ‘연출 사진’을 소개하면서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연 구본창 작가(70)의 첫 국내 공립미술관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립니다. 미술관 서소문 본관 1,2층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은 구본창의 전 시기 작품과 작가·기획자로 활동하며 수집한 자료를 모았습니다. 작품은 500여 점, 자료 600여 점을 소개합니다.전시는 ‘호기심의 방’으로 시작해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 ‘열린 방’ 등 대략 시간 순서 5개 주제로 구성됩니다. ‘호기심의 방’은 작가의 수집품을 통해 그가 가졌던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좀 치고 싶었어요.…전 예술을 한 것뿐이에요.”12월 17일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20대 남성 A씨가 블로그에 쓴 내용입니다. A씨는 전날 경복궁 영추문 돌담에 ‘영화 공짜’ 낙서가 등장하고 하루 만에 ‘검정치마’ 등의 내용이 적힌 낙서를 하는 모방 범죄를 일으켰죠.올해 4월 한 대학생이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를 먹어 치우며 ‘예술’이라 한 데 이어 비슷한 주장이 또 등장했습니다. 미스치프가 누구기에 A씨의 ‘문화재 낙서’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언급된 것일까요?예수·사탄 슈즈로 온라인 달궈미스치프의 대표적 프로젝트라고 하면 ‘예수 신발’, ‘사탄 신발’이나 ‘빅 레드 부츠’가 떠오릅니다. 사실 시각 예술보다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디자인, 패션, 게임을 생산하는 창작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2019년 미국에서 결성한 미스치프가 큰 유명세를 받은 계기는 그 해 출시한 ‘예수 신발’이었습니다. ‘예수 신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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