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 ‘영감 한 스푼’은 이번 주에 볼 만한 전시를 소개합니다.좋은 주말 보내세요!한국화는 어떻게 현대미술과 만났나? 세종문화회관 ‘필묵변혁’전이 전시는 20세기 후반 한국 수묵화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송수남(1938~2013)과 황창배(1947~2001)의 회화 작품 84점을 소개합니다.전시 제목 ‘필묵변혁’은 말 그대로 붓과 먹을 통해 변화를 끌어낸 인물들을 조명한다는 뜻인데요.송수남은 1980년대 초 ‘수묵화 운동’을 펼친 작가로, 특히 전통적인 산수화가 아니라 아래 사진 같은 스타일의 산수화를 통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는 추상적인 작품으로 변화하는데 이 과정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시 기획자인 임연숙 큐레이터(세종문화회관 문화사업본부장)는 “송수남이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다음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며 “그의 작업 세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즉 송수남 작고 10
1972년 어느 미술관은 벽돌 120장을 가로 68.6cm, 세로 229.2cm, 높이 12.7cm로 가지런히 쌓은 작품을 삽니다. 이 작품은 1966년 미국 작가 칼 안드레가 만든 ‘등가 8(Equivalent VIII)’이었죠. 미술관은 이 작품을 얼마에 샀을까요? 바로 6000달러, 단순 계산으로, 1달러를 1000원으로 환산해도 600만 원입니다(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비싼 가격이겠죠). 작품을 보고 가격을 들으면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600만 원이라면, 벽돌 한 장에 5만 원인가? 아니면 쌓는 노동력도 포함된 건가? 미국 작가이니 배송비도 반영된 걸까…? 비슷한 논란이 영국에서 있었습니다. 이 ‘벽돌’ 작품을 산 곳은 영국 테이트 미술관입니다. 작품은 1974, 1975년 미술관에 전시됐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죠. 스캔들이 일어난 건 1년 뒤인 1976년. 영국 주간지인 ‘선데이타임스’가 작품 가격을 보도하며 “한가한 작품에 혈세를 낭비했다”고 비판한 뒤였습니다.
1972년 어느 미술관은 벽돌 120장을 가로 68.6cm, 세로 229.2cm, 높이 12.7cm로 가지런히 쌓은 작품을 삽니다.이 작품은 1966년 미국 작가 칼 안드레가 만든 ‘등가 8’(Equivalent VIII)였죠. 미술관은 이 작품을 얼마에 샀을까요?바로 6000달러, 단순 계산으로 600만 원입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훨씬 더 비싼 가격이겠죠) 작품을 보고 가격을 들으면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600만원이라면, 벽돌 한 장에 5만원어치인가? 아니면 쌓는 노동력도 포함인걸까? 미국 작가이니 배송비도…? 비슷한 논란이 영국에서 있었습니다.“혈세 낭비” 영국 뿔나게 한 ‘벽돌’이 ‘벽돌’ 작품을 산 곳은 영국 테이트 미술관입니다. 테이트는 1974, 1975년 작품을 특별 전시로 선보였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스캔들이 일어난 것은 1년 뒤인 1976년. 영국 주간지인 ‘더 선데이 타임스’가 작품 가격을 보도하며 “한가한 작품에 혈세를 낭비했다”고 비판한
미술관에 가면 늘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온종일 작품을 지키고 서 있는 ‘지킴이’들입니다. 이분들은 관객이 작품에 너무 가까이 가지 않도록 보호하고 감시하는 역할도 하지만, 또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마치 그림자처럼 저의 동선을 피해 움직이기도 합니다. 관객이 없을 때면 조용히 작품 앞에 서서 감상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죠. 기분이 좋은 날이면 이분들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이런 ‘지킴이’의 시선에서 미술관의 풍경을 풀어낸 책이 나왔습니다. 패트릭 브링리가 쓰고 김희경, 조현주가 옮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최근 출간된 이 책을 보고 미술관에 가는 경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갑작스러운 형의 죽음, 미술관 경비원이 되다이 책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합니다.2008년 6월. 형이 세상을 떠나자 나는 내가 아는 공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일자리에 지원했다
1993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비엔날레 전시장 독일관에 백남준(1932∼2006)은 설치 작품 ‘시스틴 채플’을 선보입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나무 선반 위에 브라운관(CRT) 프로젝터가 무더기로 쌓여 있고, 빈 벽과 천장으로 영상이 가득 메워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무겁고 다루기 까다로운 CRT 프로젝터를 들고 선반 위 높은 곳에서 수일간 씨름하던 설치 스태프들이 지치자, 백남준은 이들의 숙소로 찾아가 조식에 달걀 하나씩을 추가 주문해줬다고 전해집니다. 어렵게 선보인 이 작품은 2022년 울산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고, 지금은 서울문화재단 기획전 ‘언폴드엑스’전이 열리는 서울 중구 옛 서울역사 ‘문화역서울284’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시된 이 작품의 형태는 사뭇 다릅니다. 백남준의 ‘현대판 시스틴 채플’먼저 1993년 ‘시스틴 채플’은 백남준이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독일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면서 제작한 작품입니다. 백남준이 첫 개인전을 연 곳이 바로 독일이었고,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오늘은 대구미술관에서 10월 31일 개막한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전을 소개합니다.이 전시는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판 레인(1606~1669)의 판화를 모은 대규모 전시입니다. 최근에는 판화도 기술적 진화로 하나의 장르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17세기 판화라고 하면 사이즈도 작고 색채도 제한적입니다.그래서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전시를 방문했는데, 우선 작품 수가 120점에 달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렘브란트 에칭이 290~300점이라고 하니, 전체의 절반 정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인 셈입니다.전시를 담당한 이정희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로부터 자세한 전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렘브란트의 DNA는 에칭에 있다”우선 어떻게 이런 전시가 가능했을지가 저는 가장 궁금했고, 그것을 질문했습니다.대구미술관에 전시된 모든 작품은 네덜란드 렘브란트순회재단(Stichting Rembrandt op Reis)가 소장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 재단을 만든 얀
11월 1일 개막한 스웨덴 영화제에서 북유럽 사미족 출신 예술가 브리타 마라카트 라바의 예술과, 기후 변화에 저항하는 그녀의 싸움을 그린 영화 ‘사미 스티치’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제는 서울에서 11월 7일까지, 또 그 후 부산 인천 광주 대구로 이어져 11월 19일까지 열립니다. 자세한 일정표는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스웨덴 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최신 영화 9편이 상영되는 가운데, 미술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흥미로울 영화가 두 편 있습니다. 바로 ‘사미 스티치’와 ‘힐마’ 인데요. 두 영화는 특히 르네상스에서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단선적 미술사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서, 세계적 미술 기관들이 ‘대안’을 찾는 와중에 발견된 흐름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미술사는 시대에 따라 항상 변하는 것”영화를 살펴보기 전, 두 가지 인터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관장인 글렌 로리 인터뷰(2019)이고
화가 정복수(66)의 개인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갤러리 올미아트스페이스에 들어서면 47년 만에 다시 공개되는 작품이 있습니다. 정 작가가 부산 현대화랑에서 안창홍 작가와 1976년 함께 열었던 ‘2인전’에 단 한 번 전시됐던 작품, ‘청춘의 슬픔’입니다.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여자. 그녀의 머리카락은 실처럼 굽이치고, 입은 옷의 무늬는 무언가에 베인 상처처럼 보입니다. 그녀의 주변을 간질이듯 눈물처럼 흐르는 실 가닥은 붙잡으면 허무할 지푸라기 같지만, 허공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듯 말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의 기록‘청춘의 슬픔’은 어떻게 47년 만에 이 전시장에 걸리게 된 걸까. 이번 전시 ‘자궁으로 가는 지도―I’은 정 작가가 지난 3, 4년간 그린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마지막 개인전을 3년 전 열었던 정 작가는 팬데믹을 지나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작업해 왔다”고 했습니다. 전시는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하
화가 정복수(66)의 개인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갤러리 올미아트스페이스에 들어서면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 있습니다. 정복수가 부산 현대화랑에서 안창홍 작가와 1976년 함께 열었던 ‘2인전’에 단 한 번 전시됐던 작품, ‘청춘의 슬픔’입니다.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여자. 그녀의 머리카락은 실처럼 굽이치고, 입은 옷의 무늬는 마치 무언가에 베어 벌어진 상처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을 간질이듯 눈물처럼 흐르는 실 가닥들은 붙잡으면 허무할 지푸라기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허공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가장 힘들었던 순간의 기록‘청춘의 슬픔’은 어떻게 40여 년 만에 이 전시장에 걸리게 된 걸까. 이번 전시 ‘자궁으로 가는 지도 - I’는 정복수 작가가 지난 3-4년간 그려온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마지막 개인전이 3년 전이었던 정복수 작가는 팬데믹을 지나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단단한 석회석으로 만든 항아리. 은으로 만든 뚜껑에는 바람 무늬와 용 조각이 얹혀있고, 이 항아리를 담은 참죽나무 상자의 네 귀퉁이에는 구름 장식이 달려 있습니다. 용, 바람과 구름. 이 장식들은 세상을 떠난 이를 추모하고, 생을 다한 육신이 하늘로 잘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 물건은 장례 의식에 사용되는 뼈 항아리, 골호(骨壺) 입니다. 이것을 정성스레 만든 사람은 1세대 공예가 유리지(1945~2013)이며, 아버지 유영국(1916~2002)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던 아버지의 마지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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