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전 개막을 맞아 1일 한국을 찾은 크리스틴 라이딩 내셔널갤러리 학예실장은 ‘전시작품 중 좋아하는 작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난처한 듯 웃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전시에 나온 작품 모두 중요한 것이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제가 개인적으로는 영국 미술 전문가이기 때문에 영국 작가 작품에 애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존 컨스터블(1776~1837년)의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이 아무래도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라파엘로, 카라바조, 마네 등 대가를 제치고 컨스터블을 꼽은 그의 답변은 영국 미술 기관의 관리자로서 당연한 답변입니다. 그러나 컨스터블이 영국 미술 기관이 사랑하는 작가가 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걸 생각하면 저에겐 인상 깊은 답변이었습니다. 그 사연을 보면 미술사가 미치는 영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프랑스에서 더 인기였던 작가컨스터블의 작품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은 그가 태어난 지역 공장의
“작업은 잘 되고 있어. 그림 두 점을 완성했는데, 막 자른 풀밭을 그린 거야.” 1890년 5월 4일. 남부 프랑스 생 레미의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이 편지에서 언급한 그림 두 점 중 하나가 바로 국립중앙박물관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전에서 볼 수 있는 사진 속 작품입니다. 고흐의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는 세상과 떨어져 병원에서 지내며 본 그곳의 정원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고흐는 두 달 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말년에 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 중 대부분이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특유의 스타일의 것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가 나는 밀밭’ 같은 대표작들이죠. 오늘은 고흐가 잔디밭을 그릴 무렵 겪었던 삶과 그런 그를 지지하고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멀리 보이는 사람의 흔적 고흐가 ‘막 풀을 자른 모습’을 그렸다고 한 것처럼 이 그림에서는 잘려나가 뻣뻣하게 뻗어나간 풀들의 묘사가 화면 절반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우리가 살면서 행복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누구나 쉽게 갖지 못하는 걸 쟁취했을 때,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나를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일까요?그런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런 때에 느끼는 감정은 행복함 보다는 우월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우월감은 이내 다른 사람들의 질투 어린 시선 속에 외로움으로 변하기도 하죠.행복하고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건 의외로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보다 일상의 잔잔한 순간에서 올 때가 있습니다.비가 내린 뒤 물이 가득해 찰랑이는 호수에 햇볕이 내리쬐는 걸 바라볼 때, 밤새 펑펑 내려 무릎까지 쌓인 눈을 처음으로 밟을 때,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좋아하는 사람과 광화문광장에서 캔맥주 한 잔을 들이킬 때….오늘은 19세기 인상파를 이끌었던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아름다운 삶의 한 순간에 관한 그림을 살펴보겠습니다.맥주 두 잔을 손에 든 여자이 그림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무엇인가요?바로 맥주 두 잔을 손에 들고
홍콩은 아트페어와 글로벌 갤러리, 경매까지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여겨집니다. 수년 전 아트페어 취재차 홍콩을 방문했을 때 정작 좋은 미술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꽤 당황한 기억도 있습니다. 최근 홍콩을 가보니 중국 베이징 고궁박물원 소장품을 볼 수 있는 ‘홍콩고궁문화박물관’과 현대미술관인 ‘M+’가 시주룽(西九龍)문화지구에 문을 열었습니다. 시주룽문화지구는 홍콩을 아시아의 문화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 아래 2000년대 초반부터 개발이 시작된 곳입니다. 최근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며 새로운 관광지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홍콩의 분위기에 대해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 출신 큐레이터인 정도련 M+ 부관장, 그리고 백남준아트센터의 첫 번째 학예실장을 지냈던 토비아스 베르거 타이쿤 큐레이터입니다. “M+, 아시아의 첫 글로벌 시각 문화 뮤지엄” 정도련 부관장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 한국인 최초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 큐레이터로 일했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그간 소개드렸던 예술과는 완전히 다른, 아주 독특한 지역의 예술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인도 북부 우다이푸르 지역의 18~19세기 회화입니다.종이에 그려진 이 그림들은 워싱턴 국립아시아미술관 새클러갤러리에서 특별 전시로 공개가 되었는데요. 보존을 위해 이번에 전시가 되면 몇 년 동안은 다시 밖으로 나오기 힘든 것들이라고 합니다.제가 전시 종료 2주 전 방문해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특별한 작품이어서 사진으로라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도 인도 예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큐레이터 투어를 통해 알게 된 이야기를 최대한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새로 살게 된 수도를 찬양하다 위 작품은 인도 북부 우다이푸르 지역에서 이전까지 그려진 것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회화입니다. 어떤 점이 다르냐면 첫 번째,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를 그렸다는 점, 두 번째는 인물 중심이 아닌 풍경이라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이 지역에서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묘사
1905년 12월 어느 날. 당시 미국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는 찰스 랭 프리어(1854∼1919)로부터 편지를 받습니다. 미국의 수도라는 위상에 걸맞은 미술관을 워싱턴에 짓는 것을 돕고 싶으며, 이를 위해 미술품과 건물을 기증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5개월의 협상 끝에 프리어의 뜻은 받아들여졌습니다. 그가 이 무렵까지 수집한 미국과 아시아 미술품 2250점을 포함해 사망하기까지 모은 미술품들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프리어가 세상을 떠난 뒤인 1923년, 그가 남긴 9500여 점의 미술품을 토대로 아시아 미술 전문 기관인 ‘프리어 갤러리’가 워싱턴에 세워졌습니다.학교 대신 시멘트 공장 갔던 소년프리어는 어떤 인물이기에 이렇게 많은 아시아 미술품을 수집하고 그것을 정부에 기증한 것일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는 미국이 한창 개발되던 19세기 말, 기차 제조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재력가였습니다. 그러나 타고난 부자가 아닌 자수성가한 인물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오늘은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을 만든 장본인, 찰스 랭 프리어(1854~1919)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국립아시아미술관은 미국 워싱턴에 처음으로 생긴 미술관으로(1923년 설립), 올해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 미술관이 생기도록 소장품은 물론 건물까지 기증한 사람이 바로 찰스 랭 프리어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1905년 12월 어느 날. 당시 미국의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찰스 랭 프리어로부터 편지를 받습니다. 미국의 수도라는 위상에 걸맞은 미술관을 워싱턴에 짓는 것을 돕고 싶으며, 이를 위해 미술품과 건물을 기증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5개월의 협상 끝에 프리어의 뜻은 받아들여졌습니다. 그가 이 무렵까지 수집한 미국과 아시아 미술품 2250점을 포함해 사망하기까지 모은 미술품들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프리어가 세상을 떠난 뒤인 1923년, 그가 남긴 9500여 점의 미술품을 토대로 아시아 미술 전문 기관인 ‘프리어 갤러리’가 워싱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 특히 살아있는 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기관입니다. 미술관이 흔히 역사에 기록된 작가를 다루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죠. 이런 방식은 미술관의 설립자였던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여사(1875∼1942)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휘트니 여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였던 밴더빌트가의 자제였습니다. 집안 사람들은 유럽 거장들의 작품을 사들였지만, 자신도 미술가였던 그녀는 주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후원했죠. 그중 한 명이 바로 에드워드 호퍼(1882∼1967)였습니다. 이런 휘트니미술관에서 30년 전 큐레이터로 일을 시작해 20년 동안 관장을 맡아 온 애덤 와인버그(69)를 만났습니다. 그에게 미술관 운영과 미국 미술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술관은 오케스트라 와인버그 관장에게 한국에도 많은 미술관이 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미술관은 많은 관객이 오도록 해야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꼭 봐야 할 미술을 소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2003년부터 20년 동안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을 이끌어 온 애덤 와인버그 관장과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와인버그 관장은 에드워드 호퍼 전시 개막을 맞아 한국을 찾았습니다.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 특히 살아있는 작가들의 예술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기관입니다. 미술관이 흔히 역사에 기록된 작가를 다루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죠. 이런 방식은 미술관의 설립자였던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여사(1875~1942)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휘트니 여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가문 중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5월 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 ‘더하고 나누며, 하나’를 열고 있는 조각가 김윤신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지면에는 이미 한 차례 다루었는데, 분량의 한계로 다루지 못한 뒷이야기까지 상세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기자간담회에서 김윤신 작가는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등 여러 나라를 누비며 평생 작업하며 살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에 따로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보시죠.“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날 배신하다니!”제가 가장 먼저 궁금했던 건 상명대 교수를 지내던 작가가 50세에 갑자기 아르헨티나로 떠나게 된 사연이었습니다. 한국을 떠난 과정이 궁금하다고 묻자 김윤신 작가는 “그 과정은 아무도 모르는데”라고 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 혼자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김윤신(윤): 그날이 12월 5일이었어요. 학기말 시험 볼 때죠. 이사장님께 방학 동안 나가서 전시를 하겠다고만 말하고 허락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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