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번화가에서는 대낮에도 펜타닐과 같은 마약류에 중독돼 좀비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는 청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 사회도 어쩌지 못하는 게 마약입니다. 한국도 이젠 ‘마약 청정국’이 아닙니다. 유흥가에서 은밀히 돌던 마약이 주택가로 파고들고 있고, 마약상들은 청소년들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올 4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아파트에 들이닥치자 꿉꿉한 대마 향이 코를 찔렀습니다. 30대 남녀가 베란다에 화분을 빼곡하게 두고 ‘도심 내 밀경(密耕)’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들은 직접 기른 대마를 동결 건조기 등 전문 장비로 가공까지 해서 유통업자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대마와 양귀비 등 마약류를 몰래 재배하다가 경찰에 검거된 국내 밀경 사범이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7일 확인됐습니다. 밀경은 투약, 밀수나 밀매가 급증한 후 나타나는 범죄로, 마약 확산의 최종 단계로 분류됩니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판판이 밀리던 우리 사회가 더는 내어줘선 안 될 ‘레드라인(한계선)’ 뒤로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마약류 밀경 사범은 2021년 1037명에서 2022년 1656명, 지난해 3125명 등으로 2년 새 3배로 늘었습니다. 특히 전체 마약류 사범 중 밀경이 차지하는 비율이 같은 기간 9.8%에서 13.4%, 17.5%로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마약류 사범이 2만 7611명으로 사상 최다였는데, 그중에서도 밀경이 급증했다는 뜻입니다. 마약 밀수와 유통에만 단속이 매몰돼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