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장에 취임했습니다. 대법관 임기가 끝나고 4년 가까이 로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는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구원투수로 갑자기 투입됐습니다.
대법원장 임기는 원래 6년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장도 70세 정년 규정이 있습니다. 올해 67세인 조 대법원장은 3년 뒤인 2027년 6월엔 임기가 끝납니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천만번도 더 거절하고 싶었다”고 했던 조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지난 14일 4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조 대법원장은 사법 현안에 대해 사전에 준비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매우 구체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내외 사법통계와 자료를 갖고 와서는 그 내용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주장을 ‘꼬장꼬장하게’ 설명했습니다. 가령 미국 판사와 한국 판사의 차이점을 설명할 땐 미국 판결문을 보여주면서 한국 판사와는 업무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식이었습니다.
저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재판지연의 진단과 처방에 대해 가장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복합적인 재판지연의 이유를 열거하면서, 조 대법원장은 법원장과 부장판사, 법관 등이 얘기하는 재판지연의 이유를 소상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해결책도 법원장이 할 일, 부장판사가 할 일, 법관이 할 일 등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제안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론 아주 현실적으로 들리고, 재판 업무에 정통하기 때문에 제안 가능한 대안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법원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그러니까 국회에서 도와줘야 하는 일도 설명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법관 임용제입니다. 몇 년 법조경력을 법관으로 뽑을지를 국회가 정하는데, 현행 법대라면 내년부턴 7년 이상을 법관으로 선발할 수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배석판사는 3∼5년, 재판장은 10년으로 이원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5년 가까이 국회가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는 법관증원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과 대법원장의 차이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이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장 집무실에 오면) 태극기와 법원기가 있지 않습니까. (출근할 때와 퇴근하는) 아침저녁으로 태극기와 법원기를 보면 책임을 더 느끼게 되지요. (대법관은 없는 대법원장의 한남동) 공관을 나가거나 들어갈 때 국민들 세금을 제대로 쓰면서 역할을 하고 있나 빚만 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법조계에선 “어떤 사법부를 가지느냐는 국민이 결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사법개혁을 하자는 쪽에서도 법안 처리에는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법부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여의도 국회가 보조를 맞췄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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