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후보의 패스트트랙 발언은 나경원 후보나 의원들만이 아닌, 우리 당 구성원 전체가 가진 상처를 건드린 셈입니다… 아무리 전당대회가 치열하다지만 우리 당의 아픔에 대해서 남이야기 하듯 하지 말고 신중히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초선 의원이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 글은 비교적 점잖게 쓴 것이고, 친윤과 비윤 등 계파 구분 없이 여당 의원들은 “당 전체의 아픔을 후벼 팠다”며 한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 후보는 전날 ‘법무부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는 폭로를 했습니다. 패트 충돌 사건은 역사가 좀 있습니다. 2019년 4월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등을 통과시키려는 민주당에 항의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리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동물국회방지법은 국회 회의를 방해하면 기소되고, 벌금 5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됩니다. 2020년 1월 검찰이 의원들을 회의방해죄로 처음 기소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때 검찰총장은 현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나 의원이 윤석열 정부로 정권 교체가 된 뒤 법무부장관이던 한 후보에게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한 후보가 엊그제 이 내용을 폭로한 것입니다.
그 폭로의 파장은 당을 벌집 쑤신 듯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원조 친윤 핵심인 윤한홍 의원은 “당 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분이 한 말이 맞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형사사건 청탁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인데,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습니다. 당내에선 한 후보의 검사식 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검사, 법조인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 대표가 되려면 정치인으로 변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모바일 투표가 오늘부터 시작되는데, 한 후보의 발언이 전대의 막판 변수가 된 것입니다. 파장이 커지자 한 후보는 어제 공식메시지를 내고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패트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며 사과했습니다. 한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저도 말하고 ‘아차’했다. 이 얘기를 괜히 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재차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나 후보의 청탁 자체나 한 후보의 사과가 적절한 것이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동물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 스스로 만든 법을 어긴 것인데, 지금 와서 그게 정당한 행동이었고, 그래서 면죄부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국민 눈높이에 맞냐는 것입니다. 과연 다음주 화요일 전당대회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한 후보의 폭로와 사과가 막판에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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