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세계 주요국의 IT 체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각국 주요 항공사의 비행기 운항이 멈추거나 일정 차질이 빚어졌고 금융결제, 방송, 의료 등 각 분야의 서비스도 먹통이 됐습니다. 결제가 되지 않고, 생방송 진행이 중단되고, 응급실이 폐쇄되는 상황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겁니다. 운영이 전 세계에서 취소된 항공편만 1400편이 넘습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원인은 미국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프로그램인 ‘펠컨 센서’입니다.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MS의 ‘윈도’ 운영체제와 충돌이 빚어졌다는 설명입니다. 해킹 가능성은 낮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국내에서도 저비용항공사들의 항공권 예약·발권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 항공사들이 수기로 발권을 시도하면서 제주공항 등에는 대기줄이 100m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해외 주식 거래 과정에서는 일시적으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게임 접속 장애도 일부 발생했다고 합니다. 자체 클라우드 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는 국내 주요 통신사와 인천공항 등을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지만 ‘글로벌 IT대란’의 폭풍을 완전히 피해가지는 못한 셈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경제가 특정 소프트웨어에 얼마나 취약하고 의존적인지, 또 문제 발생 시 얼마나 연쇄적으로 크게 번지는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라고 전했습니다. 세계가 하나의 클라우드로 연결되는 ‘초연결 세계’에서 단 한 개 회사의 문제가 전 세계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공포를 경험한 셈이지요. 먹통 스크린과 모니터가 파랗게 덮여버리는 ‘죽음의 블루 스크린(Blue Screen of Death)’ 앞에서 시퍼렇게 질려버린 상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