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62.8%의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파동, 패스트트랙 충돌사건 공소 취소 부탁 논란 등에도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결선 투표 없이 당 대표로 선출된 겁니다. 22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비상대책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지 103일 만입니다.
한 대표의 압승은 친윤(친윤석열) 진영의 거센 비토에서 당심에서마저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힘을 쓰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 대표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8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20% 비율을 반영해 선출되는데, 한 대표는 선거인단과 여론조사 모두 60%가 넘는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결과를 놓고 “윤 대통령과 친윤계에 실망한 당원들이 경고장을 날렸다”는 말이 나옵니다. 친윤계가 ‘한동훈 대항마’로 등판시킨 원희룡 후보는 18.85%, 전당대회 막판에 ‘공소 취소’ 논란으로 한 대표와 충돌했던 나경원 후보는 14.58%를 득표했고, 윤상현 후보는 3.73%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습니다.
이제 당 안팎의 관심은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관계가 어떻게 풀려나가느냐에 쏠립니다. 앞으로 한 대표의 당 장악력이 높아지고 그를 중심으로 한 당내 세력 교체가 이뤄지는 반면, 윤 대통령의 장악력은 빠르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며 대립각을 세우면 집권 후반기 3년간 ‘여권 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비공개로 조사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윤-한 갈등의 핵심 원인인 김 여사 문제를 다시 정면으로 건드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극적 화해를 내다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집권 여당이 흔들려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기면 가장 피곤한 게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인 만큼 결국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한 대표는 채널A 인터뷰에서 “먼저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드려 통화했다. 앞으로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말씀드렸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고생 많았다. 잘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24일 한 대표와 최고위원 등 신임 지도부와 전당대회 낙선 후보, 퇴임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