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은 보안 기능이 뛰어나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9억 명에 이르는 온라인 메신저입니다. 이 메신저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부르제 공항에서 긴급 체포됐습니다.
두로프는 아제르바이잔에서 개인 전용기를 타고 프랑스에 도착한 후 입국 과정에서 붙잡혔습니다. 프랑스 당국은 텔레그램이 마약 밀매, 사이버 폭력, 테러 조장, 아동 성범죄 등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데도 CEO인 두로프가 이를 방치하고 있음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소돼 법정에 설 경우 최대 20년형이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에서 각종 허위 정보를 공유, 유포하는 ‘범죄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극우 세력이 무슬림을 겨냥한 폭력 시위를 벌였을 때도 텔레그램을 통해 무슬림에 관한 허위 사실이 대거 유포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려면 텔레그램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이 회사는 수사당국의 요청에 응한 적이 없습니다. 러시아 출신인 두로프가 자국의 검열에 반발해 만든 메신저답게 각국 정부에 수사 요청에 비협조적인 것이죠. 텔레그램은 여러 나라에 서버를 분산 배치해놓고, 이를 수시로 옮기고 있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각국 사법 당국이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국제 수사공조를 요청하기도 어렵습니다.
텔레그램은 국내에서도 인기입니다. 대통령실과 정치인, 주요 기업 임원진, 직장인들이 모두 텔레그램에 가입하면서 사용자 수는 10년 새 세 배로 늘어난 315만 명에 달합니다. 특히 2014년 수사기관이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수집한다는 논란이 일자 사용자들이 대거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붐이 일기도 했죠. 두로프가 체포됐다는 소식에 “앞으로 개인 정보가 공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두로프가 어떤 혐의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그 여파가 전 세계의 텔레그램 사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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