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늘리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밝힌 연금개혁 방침의 세부 내용을 공개한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연금개혁 추진 계획’에 따르면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50대는 4년, 20대는 16년에 걸쳐 현재 9%에서 13%까지 오르게 됩니다. 50대는 매년 1%포인트씩, 40대는 0.5%포인트씩, 30대는 0.33%포인트씩, 20대는 0.25%포인트씩 매년 인상되는 것입니다. 이는 부모 세대보다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았고, 급여를 받을 때까지 더 높은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하는 젊은 층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입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보험료율 차등은 처음 시도하는 것인 만큼 국회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금개혁안에는 기금 고갈이 가까워지면 수급액을 깎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연금개혁이 쉽지 않은 만큼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에 따라 연금 수급액이 자동으로 조정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는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한 상황을 고려해 보험료 납부 기간을 5년 연장하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07년 이후 무려 17년 만에 연금개혁이 이뤄지게 됩니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 단일안을 내놓은 것은 무려 21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24가지 시나리오를 국회에 제출해 ‘맹탕개혁안’이란 비판을 받았던 정부가 단일안을 제시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유례없는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에 대해선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더 중요한 건 국회가 합의안을 이끌어낼지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국회 내 연금개혁특별위위원회를 꾸리고 논의를 시작하자”고 야당에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여당 역시 정부 개혁안을 하루 전에 통보받아서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 막바지에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뤘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인상안으로 다시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연금은 어떤 나라든지 쉽게 개혁되는 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연금 전문가들이 개혁을 머뭇거리는 나라에 공통적으로 경고하는 게 있습니다. “개혁이 지연될수록 치러야 할 혼란과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번에는 밤새우더라도, 논의하고 또 논의해서 연금개혁에 나서주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