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며 ‘긴축 사이클 종료’의 신호탄을 쏜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당초 시장에선 미국의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금리 인하 속도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인플레이션, 금융권 부실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각기 다른 짐을 짊어지고 있는 만큼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며 각자도생의 길에 나섰습니다.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이 잇달아 금리를 내렸지만 영국에 이어 일본과 중국 등은 기준금리를 일단 동결했습니다. ‘숨 고르기’를 하며 시장을 엿보는 모습입니다.
20일 중국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35%, 5년 만기는 3.85%로 고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올 7월 1년 만기와 5년 만기 LPR을 각각 0.1%포인트씩 낮췄지만 8, 9월 두 달 연속 동결했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중국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시장의 예측을 비켜 간 결과입니다. 중국의 예상 밖 동결을 두고 시장에서는 당장의 경기 부양보다는 금융권 추가 부실을 방지하고,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해외 자본의 이탈 가능성 또한 막으려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했습니다. 일본은 3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 금리를 올렸고, 넉 달 후인 7월에는 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8월 초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요동친 데다,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타격받을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자 속도 조절을 하며 추가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현재도 실질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일본은행의 전망이 실현된다면 그에 따라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통화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년 전 세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맞서서 공격적으로 함께 금리를 올렸던 때에 비해 이번 인하 사이클에선 동조화가 덜 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