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런(千人·천인) 계획’이라고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데,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세계 각국은 자국 인재를 중국이 빼내 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가 기술 안보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정부 차원의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상당수 인재들이 이 계획에 참가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있었을 뿐 정확한 규모나 인적 사항 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약 4개월간 과거 중국 정부가 운영한 첸런 계획 관련 온라인 홈페이지, 중국 학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이 계획에 참여한 한국의 전문가들을 추적했습니다. 첸런 계획 홈페이지는 현재 사라졌지만 온라인에서 삭제된 자료를 보관해 놓는 데이터베이스도 취재팀이 발견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교수·연구원 등 첨단 과학 전문가 최소 13명이 첸런 계획에 참여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첸런 계획에 포섭된 한국 전문가 그룹의 규모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취재팀은 그 가운데 6명을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첸런 계획에 참여한 한국 학자들은 주로 2011~2018년 선발돼 중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서울대, 포스텍, KAIST 등 이공계 명문대 교수나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중국 칭화대, 푸단대, 시안전자과기대 등으로 소속을 옮겼습니다. 이들 중에는 한국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도, 외신이 선정한 ‘세계 100대 과학자’ 5위 안에 든 학자도 있었습니다. 연구 분야는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딥러닝, 나노 복합체, 선박,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초전도체 등 국가 핵심·전략 기술에 해당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 계획에 참여한 김호정(가명·56) 교수는 1995년부터 21년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16년경 중국 장쑤성의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이직했다고 합니다. 그는 2018년경 중국 첸런 계획 ‘외국인 전문가’로 선발돼 연구비를 지원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3곳 이상에서 책임자급으로 일했습니다.
첸런 계획은 공산당 산하 중앙조직부가 ‘해외 인재 1000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로 창설한 대규모 인재 확보 계획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으로서 첸런 계획을 연구했던 전문가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인재 유출을 못 막으면 한국은 중국의 과학기술 속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중국에 핵심 기술 인재를 계속 뺏긴다면 발생할 수 있는 우리에겐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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