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답답한 뉴스를 많이 전해드렸는데, 오늘은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소식입니다. ‘채식주의자’로 잘 알려진 소설가 한강(54‧사진)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이며, 아시아 여성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입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어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림원은 특히 2007년 발표한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높이 평가하며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소개했습니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1970년 광주 북구 중흥동에서 태어났고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습니다.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2019년에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제33회 인촌상(언론·문화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아시아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 만입니다. 국적 기준으로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인도),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에 이어 한강이 5번째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 작가의 수상은 깜짝 놀랄 일”이라며 수상 소식을 전했습니다. 한국 문학의 힘을 세계가 인정한 것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 원)의 상금과 메달, 증서가 수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