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직후 이른바 ‘트럼프 스톰’이 한국 경제에 커다란 폭풍우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가뜩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더욱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거대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입니다.
어제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4% 내린 2,417.08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11일 이후 사흘 연속 1% 넘는 급락세를 보이면서 1월 17일(2,435.90) 기록했던 연저점을 경신했습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어제 하루 코스피에서만 6000억 원 이상을 팔아치우면서 증시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최근 사흘간 순매도 금액만 1조4000억 원에 이릅니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어제 4% 이상 급락해 주당 5만 원 선이 위협받게 됐습니다. 코스닥지수도 2.94% 급락한 689.65에 마감했습니다. 종가 기준 지난해 1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환율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어제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410.6원까지 올라갔습니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물가가 뛰고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가 다시 찾아올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좀처럼 살아나질 않는 내수에 고용시장 역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만 명대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취업자 수는 달마다 평균 32만 명 넘게 늘곤 했는데, 지난달에는 4분의 1 토막이 났습니다. 내수 부진으로 도소매업 취업자가 3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상품 소비를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 판매는 2년 반째 줄면서 역대 가장 긴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공약이 빠르게 현실화하면 내년 한국 경제가 2% 성장도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금융시장 불안이 자칫 실물 경제 위축으로까지 번지면 내년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정부가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