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진학 실적이 높은 전국의 상위 고교 10곳의 올해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 비율이 현재 고3 수험생의 1.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수능에 응시한 N수생은 16만1784명으로 21년 만에 가장 많았는데, 의대 증원 등으로 의대 입학을 노린 N수생이 늘면서 재학생보다 많은 졸업생이 입시에 도전하는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의대 합격 실적 상위 10개 고교 출신으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 원서를 제출한 졸업생은 3908명에 달했습니다. 이들 고교의 고3 재학생(3170명)보다도 23.3% 더 많습니다. 이들 고교는 휘문고, 단대부고, 세화고, 강서고, 중동고, 숙명여고, 중산고, 경신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등입니다.
특히 서울에서 의대 입학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휘문고의 경우 올해 고3 재학생 대비 N수생 비율이 160.4%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재학생의 160%에 달하는 학생이 N수를 하고 있다는 건 절반 이상이 3수 또는 4수를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고교 10곳의 N수생은 지난해 대비 5.9% 늘었는데 이는 전체 N수생 증가율(1.3%)을 앞지르는 것입니다. 휘문고의 경우 N수생이 전년 대비 8.3%나 늘었습니다.
입시 업계에선 올해 의대 증원이 N수생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불수능’으로 입시를 망친 수험생이 재도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N수 공화국’ 현상이 심화되면서 집안의 경제력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국가적으로는 막대한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학령인구 절벽으로 고교생이 줄어드는 와중에 입시 경쟁이 완화되지 않고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도 N수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N수가 보편화되면 수험생들이 대학 진학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뺏기게 되고 대학에서도 반수 등으로 중도 이탈하는 재학생이 많아 운영이 어려워진다”며 “N수를 뒷받침해줄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경우 의대 진학 등을 꿈도 못 꾸는 상황이 되면서 사회적 계급도 고착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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