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파산한 국내 법인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올해 1⁓10월 전국 법원에서 처리된 법인 파산 선고(인용) 건수는 총 1380건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1081건) 대비 27.7% 늘어난 것입니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간 처리 건수(1302건)를 이미 넘어선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버텼던 기업들이 수년째 정체된 일감과 치솟는 인건비, 고금리 속에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내수 버팀목인 중견 중소 기업들은 “이대로 가다간 내년에도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법인이 파산했을까요. 동아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에 의뢰해 올해 6~10월 사이 파산 공고가 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도·소매업이 39.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제조업(22.2%), 정보통신업(11.5%), 건설업(9.5%) 순서였습니다.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에 미중 갈등이 이어지면서 내수 기업과 중견 수출 기업들이 특히 타격을 입은 것입니다.
동아일보가 들린 평택 제조업체 단지에선 “인건비는 오르는데 중국산 저가 공세에 공장이 버틸 재간이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랐습니다. 한 중견 반도체 장비기업 사장은 “범용, 구형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약하고, 중국 수출도 만만치 않아 보릿고개 수준”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2%, 내년에는 2.0%로 기존 전망치에서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또 하나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9일(현지 시간) 상무장관에 하워드 러트닉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 겸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트닉은 관세와 무역 이슈를 이끌고 미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추가로 맡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세율 10~20%의 보편적 기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진두지휘할 인물로 러트닉을 지목한 것입니다.
상무부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나 수출입 규제, 반도체법 등을 통한 해외 기업 투자 유치, 제조업 부활 정책 등을 총괄하는 부처입니다. 러트닉은 지난달 CNBC 방송 인터뷰에서 “관세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자 협상 전술”이라며 동맹국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내 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높은 관세 장벽으로 한국의 성장률이 1.14%P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