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정농단 수사 때는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이른바 ‘안종범 수첩’과 ‘정호성 휴대전화 녹음파일’이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습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때와는 사안의 성격이 좀 다르긴 하지만 이번 불법 계엄 사건에도 수사 과정에서 엇비슷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예비역 민간인 신분으로 계엄에 관여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이른바 ‘계엄수첩’이 아닐까 합니다. 경찰은 최근 경기 안산시의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 겸 점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노상원 수첩’을 확보했습니다. 손바닥 정도 크기의 수첩은 60⁓70쪽 분량으로 계엄 관련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경찰은 어제 이 수첩에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북한 오물 풍선과 관련한 내용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 수첩 내용이 맞다면 NLL에서 북한의 도발을 부르거나 북한 오물 풍선의 원점을 타격해 북의 공격을 유도해 계엄의 조건인 전시 상태나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유발해 비상계엄을 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야권에선 ‘내란을 벌이기 위해 북한과의 갈등을 조장한 북풍 공작’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해 내란죄뿐만 아니라 외환죄로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형법은 총칙과 각칙이 순서대로 나와 있는데, 각칙의 첫 번째가 내란죄, 두 번째가 외환죄입니다. 내란죄와 외환죄는 대통령의 재직 중 불소추 특권이 없는 그러니까 현직 대통령도 수사나 기소대상이 될 수 있는 중대범죄로 분류됩니다.
노상원의 계엄수첩에는 또 ‘국회 봉쇄’라는 표현과 함께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하는 내용들이 있다고 합니다. 수거라는 표현은 체포의 뜻이라고 경찰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거 대상이란 용어 자체가 주는 거부감도 상당한데 이 수첩에는 심지어 ‘사살’이라는 단어도 등장한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사살이 어떤 대목에 등장하는지 등은 경찰이 추가 수사로 밝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측은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따라 25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공수처의 소환 요구에 불응할 뜻을 내비친 것입니다. 공수처는 만약 윤 대통령이 또다시 출석에 불응하면 강제구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의 서류 수취를 거부하고 있는데, 헌재는 어제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하면서 오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