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종의 낭만, 눈 결정에 반했던 과학자들[이기진의 만만한 과학]
첫눈이 내렸다. 폭설이었다. 1907년 근대적 기상 관측이 이루어진 이래, 117년 만의 11월 적설량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내가 사는 인왕산 자락에도 눈이 높게 쌓였다. 아침 첫 일반물리학 수업을 하기 위해 새벽에 내린 눈을 헤치고 걸어 내려가는데, 불편함보다는 겨울이 선사한 …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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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렸다. 폭설이었다. 1907년 근대적 기상 관측이 이루어진 이래, 117년 만의 11월 적설량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내가 사는 인왕산 자락에도 눈이 높게 쌓였다. 아침 첫 일반물리학 수업을 하기 위해 새벽에 내린 눈을 헤치고 걸어 내려가는데, 불편함보다는 겨울이 선사한 …
우리 음식의 이름은 그 음식을 만들고 상에 올렸던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말에서 찾아 연구해야 한다. 한때 우리 음식의 어원을 한자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배운 사람이라 대접받았다. 그래서 김치의 어원이 한자 침채(沈菜)에서 왔다거나 비빔밥의 어원이 골동반(汨童飯)에서 왔다고 이야기하고 …
현자에게 양보하며 재상 자리 막 물러나, 청주를 즐기며 술잔을 기울이노라.묻노니 내 집 찾아오던 손님들이여, 오늘은 몇 사람이나 오셨는가.(避賢初罷相, 樂聖且銜杯. 爲問門前客, 今朝幾個來.)―‘좌승상직에서 물러난 후(파상작·罷相作)’ 이적지(李適之·694∼747)재상직을 내려놓고 음주…
학철부어(涸轍鮒魚)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안의 붕어’라는 뜻으로 매우 곤궁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뜻한다. 장자의 외물 편에 나오는데, 붕어가 “물 한 바가지로 나를 살려주오”라고 외치자 장자는 “돌아오는 길에 서강(西江)의 물을 끌어다 주겠다”고 답한다. 그…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언론은 대통령의 출근 시간을 추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을 나선 시각은 취임 첫 3일 동안 오전 8시 31분, 9시 12분, 9시 55분이었다. “공무원 기준으론 지각”이란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24시간 근무한다”고 반…
오래전에 이 정부 인수위에 참여했던 고위 공직자에게 들은 얘기다. 대선 직후 새 정부도 ‘문민정부’, ‘참여정부’처럼 별칭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서 실제 몇 가지 아이디어가 논의됐다고 한다. 그때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며 내부에서 공유되는 것 중에 ‘상식(常識)의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한국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외교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국제정치가 가장 불안한 시기에 벌어진 최악의 실책이었다. 지금은 트럼프 당선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주도해 온 미국이 뒤로 빠지려는 순간이다. 이것이 야기할 혼란에 어…
“이번 계엄 사건을 다룬 영화가 나온다면 장르는 블랙코미디가 아닐까요.”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 사건을 가리켜 촌평했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납득하기 힘든 근거를 들며 선포한 45년 만의 계엄은 6시간여 만에 끝났다. 야당에 대한 ‘경고’였다는 황당한 이유, 속전속결…
△“I learned about it on television.”(텔레비전 보고 알았다)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의 비상계엄 소식을 어떻게 접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심각했던 행사장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
프랑스 항구 도시 칼레의 랜드마크는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1884∼1889년·사진)이다. 칼레시청 앞에 설치된 이 유명한 청동 조각은 칼레시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대변하는 예술작품으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백년전쟁이다. 1347년 영국 도버와 …
《프레이밍 덫에 빠지지 않는 법지난 한 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있어 격동의 시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고, 곧 이은 탄핵 정국은 국민들을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몰아넣었다. 충격적인 뉴스들을 접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회 운동’, ‘부당…
신라의 멸망은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첫 위기는 자연 현상으로부터 왔다. 헌덕왕 때 여름에 눈이 올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었고 이로부터 천연두라는 역병이 유행하며 사회를 피폐화시켰다. 이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신라는 백성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 다툼에만 골몰했다. 역병으로 지방이…
현수막 등 버려지는 폐기물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가치가 높은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새활용’ 또는 ‘업사이클링’이라 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하천에 방류되어 흘러갈 하수를 처리해 첨단산업 사업장에 용수로 공급하는 활동도 ‘물 새활용’이라 할 수 있다. 경기권역 반도체 사업장…
엄마가 ‘딱 하나’만 사준대서 꼬마 생애 최대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세상엔 왜 이리 맛있는 과자가 많은 걸까요? ―서울 서대문구에서
두 번은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간동훈’ 이미지를 깰 기회는 이번뿐이다. 한때 깍듯이 모신 보스였든, 김건희 여사와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든, 사실상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과의 질긴 연을 끊고 홀로 설 때는 지금이 마지막…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질서 있는 퇴진론’을 비판하는 칼럼을 3번이나 썼다. 당시 탄핵소추에 임박해서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는 의견이 정치 좀 안다는 사람들로부터 나왔고 그것을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건의하자 박 전 대통령이 받아들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2선 …
테러범이 장악한 버스 앞을 무장차량이 가로막았다. 대원들은 해머로 유리창을 깨고 경사로를 만든 뒤 순식간에 버스 안으로 뛰어들어 테러범을 체포했다. 불과 30초. 대원들의 눈엔 망설임이 없었다. 6월 공개된 대테러 작전 훈련에서 육군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은 ‘특전사 중의 특전사’…
“전두환이 전권을 휘둘러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가담 혐의로 법정에 섰던 당시 이희성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과 주영복 국방부 장관은 이런 주장을 폈다. 실제 당시 공식 지휘계통이던 주영복-이희성은 사실상 허수아비였고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하…
며칠을 가까스로 선방했지만 연이은 충격에는 장사가 없었다. 한국 금융시장의 이야기다. 3일 밤중에 터진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언에도 금융시장은 4∼6일 잘 버텨냈다. 출렁였으나 그래도 ‘쇼크’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 경제·금융당국이 긴박하게 움직이며 50조 원 상당의…
《“예전엔 보지 못했던 독일식 대형 소시지가 정말 인상적이네요.” 7일(현지 시간) 개장한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크리스마스 마켓(march´es de Noёl). 해마다 연말이면 찾아오는 시장이지만 올해는 뭔가 특별하다.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역에 사는 시미에 상드린 씨는 이날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