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마시던 남자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30세상/박찬용]
분기당 한 번쯤 보는 젊은 남자 친구들이 있다. 한 명은 30대 초반, 한 명은 20대 후반. 만나면 즐거우니 이들을 보면 늘 오래 많이 마셨다. 지난주엔 달랐다. 술을 좋아하던 30대 초반 친구가 앉자마자 건강 때문에 당분간 술을 못 마신다고 했다. 술 없는 그날 저녁은 다른 날과 …
-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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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당 한 번쯤 보는 젊은 남자 친구들이 있다. 한 명은 30대 초반, 한 명은 20대 후반. 만나면 즐거우니 이들을 보면 늘 오래 많이 마셨다. 지난주엔 달랐다. 술을 좋아하던 30대 초반 친구가 앉자마자 건강 때문에 당분간 술을 못 마신다고 했다. 술 없는 그날 저녁은 다른 날과 …
“리좀은 시작하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는다. 리좀은 언제나 중간에 있으며 사물들 사이에 있고 사이-존재이고 간주곡이다.”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 중‘리좀(rhizome)’은 식물이 땅속에서 만든 줄기를 말한다. 우리말로 땅속줄기 또는 지하경(地下莖)이라고 한다. …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해마다 감소하여 30년 전에 비해 반 토막 수준이다. 각자 자기 주변에서 쌀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봐야 하는 이유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농협중앙교육원은 대강당 로비에 일명 ‘뻥튀기 기계’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
강원 평창군은 서울의 2.4배나 되는 면적에 적은 인구가 흩어져 지내고 있다. 그런 만큼 폭넓은 의료 서비스 제공이 요구됨에도 관내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어 보건소에 병원 기능을 추가한 ‘보건의료원’을 군에서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군에서 연구 용역을 통해 진행한 분석을 보면 보건의료원…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달러, 식량, 석유를 챙기고, 군사 정찰위성 기술, 낡은 구소련제를 대체할 전투기 확보까지 노릴 것이다. 그 심각성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북-러의 군사기술 이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어떤 무기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러시아 …
한국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자랑하는 절대 강자 품목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부터 떠올리겠지만 수출 효자로 주목받고 있는 김 역시 그렇다. 동아시아를 제외하곤 ‘검은 종이(black paper)’ 취급을 받던 김은 최근 들어선 ‘슈퍼푸드’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김…
지난달 24일 서울고등법원은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률 플랫폼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를 징계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로톡은 소비자들에게는 변호사 검색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변호사들에게는 정액의 광고료를 지…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은 집을 사본 경험이 없나 봐요.” 지난달 서민용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과 관련해 혼란이 일자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책 대출 한도가 줄었다가 며칠 만에 되돌려지고, 이후 수도권에선 또다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 혼란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꽃다발 공이 골인했군요. 사실 조형물이지만, 손을 뻗은 분의 간절한 마음도 상대방의 마음에 골인하길 기원해 봅니다. ―부산 금정구 온천천에서
내가 자는 골방에는 볍씨도 있고고구마 들깨 고추 팥 콩 녹두 등이방구석에 어지러이 쌓여 있다어떤 것은 가마니에 독에 있는 것도 있고조롱박에 넣어서 매달아놓은 것도 있다저녁에 눈을 감고 누우면그들의 숨소리가 들리고그들의 말소리가 방안 가득 떠돌아다니고그들이 꿈꾸는 꿈의 빛깔들도 어른거리…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할 것인지를 놓고 국민의힘이 거센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간의 면담이었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을 위해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건의하자 윤 대통령은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내년 1월부터 주 3일은 반드시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다고 미국 본사 직원에게 통보했다. 올해 1월부터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근무제를 운용했지만, 정착이 더디자 해고까지 언급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
해방 후에 김구는 남북 통합 정부를 수립하자는 뜻을 안고 북으로 가 김일성과 정치적 협상을 시도해 보았다. 방북하지 않았던 편이 더 좋았을 뻔하였다. 세계 역사와 국내 상황을 너무 가벼이 보았거나 정치적 식견 부족 때문이었다. 정치적 판단은 역사적 상황의 필수성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
“돌잔치에서 아이가 걷는지부터 시작해서 학교와 직장까지 계속 비교하잖아요. 그 무한경쟁에 부모로서 참전할 자신이 없어요.” “내 아이가 나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안 생겨 출산하지 않기로 했어요.”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결혼은 했지만 …
《“하늘은 하얗고 땅은 검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그의 데뷔작은 여러 면에서 한국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깊은 설산 여명의 순간을 수묵화처럼 그린 첫 문장을 600페이지 넘는 묵직한 서사로 밀고 나가면서 한반도의 근대사를 되살린 이가 30대 중반의 젊은 재미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홍기훈 춘당(春堂)장학회 이사장(91)은 경기 김포군 공무원 시절인 1981년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 당시 임석봉 군수(85)가 테니스 동호회를 만들며 과장들에게 라켓 등 테니스용품을 사준 게 계기가 됐다. ‘새벽형’이었던 홍 이사장은 매일 새벽 테니스를 친 뒤 출근했다. 평생 테니…
공격적인 재무 목표, 까다로운 성과 평가, 영리한 경쟁자 등 직장에서 스트레스는 개인의 행복을 해칠 뿐만 아니라 윤리적 행동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게 할 수 있다. 윤리적 피로로 알려진 이런 현상은 복잡한 결정에 직면했을 때 올바른 길을 택하고 청렴을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스트…
마이크들이 마치 경쟁하듯 머리를 곧추세우고 있군요. 누군가의 목소리를 정확히, 생생히 담아내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농민들 무얼 하소연하려는지, 임금을 알현하려 하네.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해, 부질없이 날씨만 원망해 왔는데. 농작물 걱정거리 설명할 테고, 곤충의 폐해를 말씀드릴 생각. 궁궐 주변을 배회할 뿐, 제 의중을 토로할 도리가 없어 종일 성내에서 울기만 하다, 눈물이 다해 논밭으로 되돌아가네…
올해 국정감사에선 “국민연금은 매일 885억 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 질문하는 5분 사이에도 3억 원이 추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돌이켜보면 2006년에도 같은 지적이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당시 “연금개혁이 하루 지연되면 후세대에게 전가되는 부채가 매일 800억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