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과 유부녀의 불륜을 다룬 TV드라마 「애인」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면서 비
슷한 소재의 드라마가 다수 방영되거나 방영될 예정이다. 방송들이 시청률에만 집착
,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오락물 일변도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문제지만 편성된 드
라마들이 사회윤리적 통념을 넘어 불륜을 미화하는 것이라면 방송의 존재이유를 다
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까지 「페놀보다 더한 해악」으로 비판받은 드라마 「애인」
의 기획자는 우리 사회에 음성적으로 번지고 있는 기혼남녀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도
방송의 기능 중 하나라고 항변한다는 보도다. 그러나 이 항변은 그 몰가치적 「드
러냄」이 사회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대리
만족이라고 하지만 그 대리만족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방송인들은 설
명해야 한다.
방송이 소설이나 영화와 다른 것은 방송이 현대인의 일상의 중심에 들어와 있고
시청자가 무차별적이라는 점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뤄지는 소재가 방송에 무비
판적으로 도입될 수 없는 것은 방송의 엄청난 파급효과 때문이다. 가정이 불륜의 사
랑을 가로막는 거추장스런 존재라는 드라마 「애인」의 느낌이 공중파를 타고 안방
에 전해질 때 나타날 수 있는 사회 윤리적 문제를 방송은 깊이 성찰했어야 했다.
불륜소재로 방송위원회의 제재 판정을 받은 드라마가 올해 들어 이미 8건이나 된
다는 것은 저질경쟁으로 달리는 우리 방송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사례다.
방송이 가정의 해체와 불륜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위험은 엄격히 차단해야 한다. 방
송의 공익성과 윤리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방송인들은 마음 깊
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