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운찮은 외무장관 경질

  • 입력 1996년 11월 6일 20시 51분


孔魯明외무장관의 돌연한 사표와 전격 경질은 정관가(政官街)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외교적으로 큰 일을 눈앞에 둔 시점인데다 정부가 「제2사정(司正)」의 칼을 뽑아 든 직후인지라 일반의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구구한 억측이 난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청와대가 공식발표한 사임이유는 「격무와 과로로 인한 건강악화」다. 실제 孔씨는 최근 백내장수술을 받고 고혈압에 시달리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동남아 3국 순방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불과 보름 앞둔 상황에서 건강상 이유 하나만으로는 주무장관의 갑작스런 퇴진에 대한 설명이 되기 어렵다. 전격교체 방식이나 격식도 모양이 안좋지만 여러 모로 개운찮은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孔씨의 전격교체 소식을 전해 들은 많은 사람들의 첫 반응은 「건강상 이유 하나뿐이겠느냐」는 것이다. 6.25때의 인민군복무설은 일단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 해도 외교안보팀의 불화설이나 외무부내 인사를 둘러싼 비리의혹설이 계속 나도는 것은 그의 사임배경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일반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해 준다. 솔직히 우리는 이번 외무장관의 교체배경을 정확하게 확인할 자료를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항간에 온갖 추측이 끊임없이 나도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로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명쾌한 이유설명이 있어야 옳다. 시중의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특히 孔씨의 침묵은 억측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직접 본인의 입으로 분명하게 사퇴의 변(辯)을 밝히는 것이 도리다. 건강상 이유가 전부이든 또는 그밖에 다른 사연이 있든 어느 경우에도 사실대로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불필요한 구설과 잡음의 증폭은 정부의 신뢰성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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