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정치연구소가 내놓은 4.11총선분석집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느끼는 특정정당과의 일치감은 전국평균 48%인데 지역별로는 대구 경북지방이 32.5%로 가장 낮다는 것이다. 정당일치감이 높은 곳은 호남 충청 영남의 순(順)이지만 영남을 부산 경남과 대구 경북으로 나눠보았을 때는 약16%의 편차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92년 대선이후부터 영남지방에서 유행했던 말 하나를 고르라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남이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주로 부산경남 출신 정치인들이 대구경북 사람들과의 일치감을 북돋우려고 만든 말로 이해되지만 한편으로는 지역감정을 교묘히 부추긴다는 비난이 많았다. 실상이야 어떻든 「우리가 남이가」란 말의 꺼풀을 벗겨보면 사실 양측이 남처럼 지내왔다는걸 은연중 시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경쟁하듯 대거 대구 경북지방에 몰린다는 보도다. 7일 하루만도 신한국당 李會昌 朴燦鍾고문이 포항공대 계명대 등에서 강연을 했고 이미 李洪九대표 李漢東고문 李壽成총리가 다녀갔으며 곧 국민회의 金大中 자민련 金鍾泌총재도 대구를 찾을 것이라 한다. 지역의 정당일치감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층(浮動層)이 많다는 얘기이므로 차기를 겨냥하는 사람들이 자주 얼굴을 내민다 해서 이상할 것도 없지만 뭔가 어색한 느낌이다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진데 대해 정작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관심이다. 한때는 「한국정치의 메카」라는 말까지 들었던 대구 경북지역을 이제는 정치인들이 무주공산(無主空山)인양 여기고 품을 들이는 것이 우습다는 느낌을 갖지는 않을까. 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것이 정치인의 생리라지만 노다지라도 있는듯 한곳에만 몰리는 모습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