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총마저 뇌물 주나

  • 입력 1996년 11월 7일 20시 36분


한국 경영자총협회가 구청직원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검은 마포구청의 세무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국 경총(經總)이 지난해 신사옥으로 이전할 때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줄여주겠다고 접근한 구청직원에게 5백만원을 준 사실을 밝혀냈다. 경영자를 대표하는 단체의 위상(位相) 추락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경총은 대기업 중심의 기업인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는 성격이 또 다른 단체다. 기업의 경영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경총은 근로자 단체를 상대로 노사협상을 총괄하는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 때문에 다른 경제단체보다 처신에 신중해야 할 단체다. 당연히 내야할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구청직원에게 뇌물을 주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일부 사무직원의 판단착오로 돌릴 수도 있으나 이래서는 경총의 대외공신력에 흠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은 노사가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놓고 큰 협상을 벌이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어느때보다 경영계가 경영의 투명성을 약속하고 공익을 위한 경영자세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고는 노동법 개정에 관한 경영계의 주장이 경영자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기 어렵다. 또 노동계의 양보를 이끌어내기도 힘들다. 그런데 그 협상대표인 경총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뒤로 뇌물을 준 것이 드러났으니 노동계에 대해 어떻게 노사협력을 통한 기업 경쟁력의 강화를 주장할 수 있을지 민망하다. 지금까지의 수사로는 먼저 접근한 것은 구청직원쪽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위야 어떻든 명색이 경영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이런 비리를 저질렀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마땅히 속깊은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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