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심 낭비예산 깎아야

  • 입력 1996년 11월 12일 20시 12분


국회가 지난해 결산안과 예비비지출 승인안을 의결한 것을 보며 지금 심의중인 새해 예산안도 그런식으로 처리하지 않을까 염려한다. 국회가 정부의 「기왕 쓴 돈」에 대해 별다른 지적없이 통과시킨 것처럼 「새로 쓸 돈」 역시 적당히 심사해 넘기지 않겠느냐는 걱정때문이다. 새해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각 상임위가 정부안보다 예산액을 늘려 놓은 것을 보면 이런 걱정이 더욱 커진다. 12일 본회의를 통과한 결산안은 예결위가 고작 나흘간 심사한 것이다. 일반회계 51조원 특별회계 38조원 기금 21조원 등 무려 1백10조원의 집행내용을 제대로 훑어보지도 않고 승인했다.상임위에서 제기한 몇가지 문제점에 대해 감사원이 특감을 실시, 「응분의 조치」를 취하라는 단서가 있지만 예산의 전용 유용은 거의 밝히지 못했다. 이럴 것을 지난해 예산심의때 왜 그리 소리가 많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한햇동안 쓴 돈에 대해 집행을 무효화하거나 취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대충대충 넘어간건 사실이다. 그러나 세금으로 충당한 엄청난 집행예산을 겨우 나흘 동안에 무슨 수로 다 챙겨보고 승인했는지 국회는 답변해야 한다. 특히 예산심의때마다 긴축을 강조해온 야당들의 태도가 한심하다. 그렇다면 이제 새해 예산심의만이라도 철저히 해주기 바란다. 14일부터 예결특위가 본격심의에 들어가지만 그 기간은 3주가 채 안된다. 정부가 제출한 자료만 읽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게다가 새해 예산안이 「경제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팽창예산」이라고 주장했던 야당들마저 상임위의 예비심사에서 지역민원이나 소관부처에 생색내는 예산을 덤으로 얹어주는 바람에 정부안보다 규모가 커졌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가 제 기능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은 일반회계로 71조원이지만 기금운용액과 특별회계까지 합치면 무려 1백37조원에 이른다. 내년에도 경제는 호전될 기미가 별로 없고 정부건 국민이건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판국에 줄이고 아낄 것을 찾아내기는 커녕 올려주기 경쟁만 한 상임위의 전철을 예결위마저 밟아서는 안된다. 예결위 활동에 앞서 국회 법제예산실은 예산안 분석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경제상황의 악화로 세수(稅收)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며 개개 사업별로 불요불급한 예산편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제출 예산안중에 절감할 것이 많으며 국회심의 과정에서 그같은 낭비요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예결위 심의는 선심성 예산의 삭감 등 긴축기조의 예산안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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