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쓰지도 않은 카드대금 내라니…』

  • 입력 1996년 11월 21일 20시 09분


『사용하지도 않은 카드대금을 내라니 말이 됩니까』 한국이동통신 동서울지점에 근무하는 金仁盛(김인성·27·서울 성동구 사근동)씨는 지난 8월 외환비자카드 대금청구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7월26일 이탈리아에 있는 「산네모 포크아트」라는 이름의 민속상품점에서 96만리라(약 52만원)어치의 물건을 산 것으로 돼 있었다. 김씨는 기가 막혔다. 카드사용날짜에 자신은 한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카드를 누구에게 빌려주거나 잃어버린 적도 없었다. 3월초 보름간 유럽으로 신입사원 해외연수를 나갔을 때 이탈리아에 들러 카드를 사용한 적은 있었지만 귀국한 뒤 청구서를 받아 곧바로 돈을 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함께 연수를 다녀온 직장동료 田乘培(전승배·27)씨도 똑같은 경우를 당했다.전씨에게도 같은 가맹점이 53만원을 청구했다. 김씨는 전씨와 함께 곧바로 외환비자카드사에 이의를 신청했다. 카드회사에서는 『사실여부를 확인한 뒤에 연락을 해주겠다』며 기다리라고 말했다. 얼마후 카드사로부터 매출전표사본을 우편으로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무슨 의미인지를 몰라 다시 카드사로 전화를 했다. 담당자는 『전표에 카드가 압인돼 있고 서명까지 있으니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김선생님 카드는 신용상태가 양호하고 카드를 기계에 통과시켜 사용승인을 받은 것이 아닌 것으로 보아 이중전표를 작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난 3월 이탈리아에서 카드를 사용했을 때 한 가맹점에서 몰래 백지전표를 하나 더 만들어 두었다가 나중에 다른 가맹점 이름으로 대금을 청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내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었다. 국내에서 일어난 일은 가맹점에다 진위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는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카드소지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지난 4일 『계속해서 대금납부를 거부하면 신용기관에 통보가 돼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을 해 왔다. 『카드를 쓰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도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무조건 돈을 내라니 그런 억지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申致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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