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선족사기 대책 급하다

  • 입력 1996년 11월 29일 20시 52분


연변지역 조선족을 상대로 한 대형 취업사기의 실상이 매우 심각하다. 피해자의 수나 피해액수 못지않게 사기행각을 벌인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본보 현지보도는 인구 30만명인 연길시에서 사기에 말려 빚에 허덕이며 가정파탄을 겪는 조선족 가구가 세집에 한집꼴이라고 전한다. 이들을 이대로 버려둘 것인가. 정부의 결단과 대책이 시급하다. 이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몰리는 첫째 이유는 그들이 핏줄을 같이한 동일민족이기 때문이다. 중국 연변지역 조선족들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곳 이국땅에 이주한 이후 온갖 고난과 외로움을 겪으며 살아온 같은 민족이다. 그들은 북한출신이 많지만 한국이 발전하고 한중(韓中)국교가 수립된 이후 마음속에 한국을 모국(母國)처럼 생각하고 부러움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들이 쉽게 사기에 넘어간 것도 그들이 한국인을 남으로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으로 여기지 않고 친밀하게 여긴 바로 그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했으니 그들의 분노가 얼마나 클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한국인의 도덕성에 먹칠을 한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연변 조선족은 법적으로는 중국의 공민(公民)이다. 따라서 그들을 상대로 한 사기는 국제범죄에 해당한다. 당연히 우리 정부와 중국정부 사이를 거북하게 만드는 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다. 더구나 사기행각을 벌인 한국인들은 중국땅에 들어가 중국공민에게 해를 입혔다. 피해를 본 중국공민의 생활이 곤궁해지면 소수민족을 우대하는 중국의 내정(內政)에도 큰 부담을 준다. 이 사건의 심각성은 바로 이점에 있다.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는 한 한중 두 나라의 우호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 사건의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 그렇다면 우선 정부가 연변지역의 피해실태와 사건의 진상부터 빨리 조사해야 한다. 관계공무원을 현지에 보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의 수와 피해액 등을 빠짐없이 조사해야 한다. 이 사건이 한중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때 정부의 진상조사와 해결노력은 더욱 필요하다. 피해를 어떤 방법으로 배상케할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방법은 그 다음에 찾아내야 한다. 10만명이 넘는다는 동족피해자를 모른 채 내버려둘 수는 없다.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서도 정부의 진상조사는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기범을 엄단해야 한다. 연변 조선족 사기범은 나라와 민족의 도덕성을 훼손한 범죄인이다. 그 형사책임은 물론 숨긴재산을 철저하게 색출해 배상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 정부나 민간단체가 먼저 보상하는 경우라도 사기범의 재산이 있는 한 반드시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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