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고령화 대책의 방향

  • 입력 1996년 12월 8일 19시 56분


인간은 두번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첫번째 탄생은 존재를 위한 것이고 두번째 탄생은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전자는 타율적 생물학적인 것이라 할 수 있고 후자는 자율적 사회학적인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또한 전자는 단독의 생인데 비해 후자는 사회속의 생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구나 유년기 청소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거쳐서 생존기의 삶을 이어간다. 연령층에 따라 건강상태나 사회적 기여의 측면과 정도가 다르고 사회적 위치가 달리 설정되기도 한다. ▼국가윤리-복지의 기초 최근 우리 사회도 급속히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고령자 자신과 그 가족 그리고 사회전체와 관련해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인간관이 촉구되기도 한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대에는 고령화문제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오늘날과 같은 고령자층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노인병에 대한 의료문제나 노후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보호문제 등이 심각하게 제기될 소지가 적었기 때문이다. 평균수명 50세의 시대에는 직업인의 정년도 대체로 거기에 가깝기 때문에 평생 생동감있는 리듬의 생활이 있을 수 있고 여생에 대한 실감도 적을 것이다. 그러나 평균연령이 80세가 되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생을 유유자적하며 소일한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인생설계가 요구된다. 고령층에 특유한 질병치료와 보호의 문제도 제기된다. 이런 의미에서 노후보장이라는 소극적 사회보장적 의미와는 또 다른 적극적 생산적 의의를 지니는 고령층 대책이 촉구될 수밖에 없다. 인류역사 전개과정의 특징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은 무엇보다도 인권의 신장과정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인권의 기본내용은 생존권과 생활권이 될 것이다. 이 두 권리가 보장되어 보람있는 생을 영위케 하자면 생을 향유하고 있는 사람은 어느 한 사람도 배제될 수 없는 것이 인권의 바탕이다. 여기에 연령과 신체적 장애유무를 초월해 생활권과 건강권 확보에 대한 사회적 지향의 근거가 있고, 이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현대사회 현대국가의 윤리가 된다. 고령층의 생활의식에 관한 어느 국제비교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보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비교대상국중 가장 높고, 건강에 대한 불안감도 높은 나라중 하나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는 상응한 대책의 절실성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고령층 문제는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측면에서 질병의 치료, 고통 및 장애의 완화, 존엄성의 유지, 새로운 생활지식과 기능의 부여, 인생설계의 조정 등 많은 내용을 지니고 있다. 이를 묶어보면 대체로 질병진료, 생활보호, 생산적 기능의 유지 전환 등 세가지 형태로 정리될 수가 있다. ▼새인생설계 적극지원을 이런 내용을 지닌 고령층문제 대책과 관련해서는 강력한 실천력을 지닌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제도적 장치나 공공서비스가 충분하다면 흔히 지적되는 세대간 갈등을 해소하고 패륜적 행위도 완화시키는 환경조성에 큰 몫을 하게 될 것이다.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고령층문제에 대한 대응은 사회복지정책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고령층대책은 이제 시혜(施惠)의 차원을 넘어 사회의 영속성 확보를 위한 본격 과제가 됐다. 양도될 수 없는 인권은 고령자에 대해서도 추호의 감축없이 완전히 보장돼야만 한다. 이 현 재<학술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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