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버는 법에 관한 책들이 요즘 심심찮게 베스트 셀러 리스트에 오른다. 그런 책을 읽은 이들 중 과연 몇이나 부자가 되는지는 몰라도 책을 쓴 이들이 돈을 번 사실은 분명한 것같다. 미국에서도 한 때 다분히 변칙적인 방법으로 벼락부자가 된 트럼프라는 이가 쓴 돈버는 방법에 관한 책이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인 일이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남부 사막지방에 사는 쿵산족의 생활을 연구했던 리처드 리 박사에 얽힌 일화다. 그는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고맙다는 인사로 어느 촌장에게 조그만 선물을 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그가 여러 지역을 돌며 연구하는 동안 가는 곳마다 어느 집엔가 자기가 선물한 것과 똑같은 물건이 있더라는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쿵산족에는 무엇이든 남보다 많이 소유한다는 게 수치스러운 일이다. 사막에 사는 그들에게는 때로 물이나 음식이 부족하게 마련인데 그럴 때면 서로 가진 것을 나눠 먹으며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 평소에 무엇이든 움켜쥐고 남과 나눌 줄 모른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정작 어려울 때 남의 도움을 받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마치 음악이 끝날 때 감자를 손에 쥐고 있으면 벌칙을 얻는 「뜨거운 감자」라는 놀이를 하는 아이들처럼 남에게 받은 선물도 황급히 또 남에게 건네주는 것이다.
연말이 다가와 거리에는 또 어김없이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올해에는 어느 연예인의 불미스러운 횡령행위로 인해 모금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해마다 이맘 때면 난 가끔 눈을 감고 음악이 멈추기 전에 남보다 많이 거둬들인 재물들을 구세군 모금함에 황급히 쏟아붓고 총총히 사라지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려보곤 한다.
최 재 천<서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