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노트]김순덕기자/받고싶은 선물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대여섯살 때였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 무렵 장에 갔다온 어머니가 당시 내 몸집만한 인형을 내밀며 『산타할아버지가 대문 밖에 놓고 갔기에 주워왔다』고 했다.온동네 친구들에게 어머니의 말을 옮긴 덕분에 나는 한동안 웃음거리가 돼 버렸지만 크리스마스날 아침 눈뜨자마자 머리맡을 더듬어 선물을 찾던 어릴적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사실 크리스마스가 선물 주고 받는 날은 아니라지만 넘치는 사랑을 표현하는데 선물 만큼 좋은 것도 없다.예수님의 탄생도 하느님이 인류에게 보내준 사랑의 선물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선물도 내가 원하는 것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해주는 걸 받을때 고맙고 감격스럽다. 그렇다고 누가 이런 선물 안해주나 하고 눈치보는 것도 구차한 일이어서 나는 꼭 갖고 싶은 것은 차라리 내가 내자신에게 선물해준다. 『한햇동안 수고했어. 당신을 사랑해』하면서. 며칠전 MBC TV에서 방영된 「짝」은 어떤 선물이 받는 이를 가장 기쁘게 하는지를 전해준, 내게는 너무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민수와 현주라는 철없는 연인들은 크리스마스를 함께 지내고 싶어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서다 들킨다. 민수어머니는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벌써 여자에게 빠져 에미를 속이느냐』며 펄펄 뛴다. 가족들은 한참 두사람을 준열하게 꾸짖다가 그들만을 집에 남겨두고 예정대로 외출을 해버린다. 『아니 그 괘씸한 애들을 누구 좋으라고 둘만 집에 남겨두었느냐』는 질문에 「세상」이라는 브랜드의 달콤쌉싸래한 차를 마시던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민수가 크리스마스날 제일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더니 결론이 나오더라』고. 받고 싶은 것을 받는 선물이 가장 기쁘듯이, 사랑도 받는 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는 기술이 중요하다. 주는 사람 마음대로 표현하는 사랑은 이기심의 발로일 뿐이다. 크리스마스 아침,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것이 무얼까 생각해보자. 돈이 없어도 좋다. 그들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해줄 수 있는 것을 원하는 것이 틀림없으므로. 金 順 德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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