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앞으로 다가온 인천 서구와 수원 장안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아직 큰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 인천에서 정당연설회 합동연설회가 열렸으나 청중이 적어 선거 열기를 돋우기엔 미흡했다. 12월 대통령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띤데다 한없이 꼬인 정국의 풍향(風向)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여야 모두 총력을 쏟고 있으나 한보사태 등 대형사건 탓에 현지 분위기는 썰렁하다.
벌써 두 곳 보선 투표율이 40% 안팎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야는 당지도부와 대선 예비후보 등을 3월5일 선거전까지 대거 현지에 보내 유권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나 정치에 식상(食傷)한 주민들을 투표장으로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더욱 낮은 관심을 무리하게 되돌리려고 후보진영끼리 경쟁하다 보면 각종 선거부정 행위가 쏟아질 가능성도 크다. 대선을 의식한 정당들의 과열 경쟁도 부정한 선거운동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난해 15대 총선에서 부정 혐의가 있는 의원들을 검찰이 불기소 처리하자 법원이 이를 뒤집어 재판에 회부, 선거법 위반사범은 어떻게든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선례를 남겼다. 보선후보나 각 정당은 이를 거울삼아 이번 선거는 철저히 법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야 할 것이다. 당선만 의식한 나머지 무리수를 쓰다보면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잇따른 부정부패 사건에 진저리를 치는 국민들이 그런 후보자나 정당을 용납할 리도 없다.
유권자들 역시 이번 보선이 지닌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보사태로 빚어진 지금의 국가적 위기는 바로 부패와 부정에서 비롯됐다. 국민대표를 뽑는 선거에서부터 부정의 싹을 끊어내지 못하면 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국민 스스로의 짐으로 되돌아온다. 항상 깨어 있는 눈으로 선거부정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꼴 보기 싫다고 정치현장에서 눈을 돌리다 보면 정치는 계속 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더욱 높은 관심으로 유세장부터 나가 볼 것을 우선 당부한다.
이번 두 지역 보선은 정치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후보자와 정당 유권자 모두가 불신의 늪에 빠진 정치를 되살린다는 각오를 다져 돈선거 부정선거의 망령을 쫓아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