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학입시 때마다 우수학생이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집중되는가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명문대학 집중이니 인기학과 집중이니 하는 말이 나온다. 우수인재의 특정분야 편중현상은 어느 시대나 있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인재편중현상은 국가와 사회 발전에 위협적인 수위에 와 있다.
▼인기만 좇는 세태▼
대체로 의학계와 법학계에 우수인재가 집중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고등고시 열풍이 캠퍼스를 강타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소속학과와 관계없이 고시를 위해 젊음을 불사르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몰린다는 의학계에서도 전문의 지원추세를 보면 외과계 기피현상이 몇년째 계속되고 있다. 머지않아 외과수술을 받기 위해 외국에 가야 하는 일이일어나지 않는다는보장이없다. 최근 기초과학과 기초공학 기술분야의 인기 저하 징조는 우리 과학기술의 장래에 먹구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의학계와 법학계에도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수인재의 대부분이 이들 분야에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인적자원은 4천5백만명으로 한정되어 있다. 중국과같이 13억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는 각분야를 스스로 선택하는 우수인재만 해도 우리가 정책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인력보다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중국은 개방과 자본주의의 물결에서 오는 인재흐름의 이상기류를 감지하고 심각한 우려와 함께 대책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우수한 인재가 적정비율로 분포되어야 한다. 양파가 소득이 좋다 하여 농민들이 모두 양파만 심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농업의 경우는 다음해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된다. 그러나 인재 양성은 긴 세월을 요하기 때문에 미리부터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우수한 인재가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활동분야나 실제 생산과 직결된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은 21세기에 경험하게 될 국력의 약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라고 하지만 우리 스스로 독특한 과학기술과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정보를 창출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21세기에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만이 자랑할 수 있는 것이며 이를 위한 우리 젊은이들의 왕성한 정열이 절실히 필요하다.
64년 레이저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타운스 박사는 여러번 연구분야를 바꾸었다고 한다. 꼭 필요한 연구분야지만 과학자들이 모여들지 않을 경우 직접 뛰어 들었고, 그 분야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연구가 활발해지면 자신은 또 다른 분야를 개척했다는 것이다. 한 과학자의 왕성한 개척정신을 본받아야 하겠다.
▼소외된 분야 격려를▼
정부는 건전한 산업구조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지원뿐 아니라 각종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오늘의 인재흐름에 나타난 이상기류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21세기의 우리 국력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인기없는 분야에서 묵묵히 도전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갈채와 격려를 보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무한한 창의력을 계속 발휘하여 미래의 국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력창출에 필수적인 분야에 많은 우수인재가 모여들도록 국가차원의 정책수립이 시급하다. 사회도 이들을 격려하고 이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풍토와 의식을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윤수인<부산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