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집에서 아이들과 배구공을 갖고 놀기를 좋아합니다. 방바닥에 공을 굴리고 던지면서 부산을 떨다 보면 형광등을 깨고 집사람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 그 사람을 보면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아이들이 조금만 재미있게 해주면 금세 깔깔댑니다.
울기도 얼마나 잘 하는지 한번은 설거지 할 생각도 안하고 연속극을 보면서 찔끔대다가 『여보 나 슬퍼서 죽을 것 같아요』 하는 것이에요. 저는 속으로 『나보다 오래 살 거면서…』라고 생각했지만 대답은 『그래 나도 슬퍼』라고 나왔습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7년은 더 오래 사는데 바로 이 웃음과 눈물의 오묘한 작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브라질에 세미나 참석차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나라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웃음입니다.
그들은 차 타고 가다가 신호에 걸려 멈췄을 때 서로 눈이라도 마주치면 모르는 사람끼리도 『따봉』하며 엄지손가락을 흔들고 웃습니다. 아마존 밀림의 산소로 인류의 30%를 먹여살린다는 자부심이 그런 여유를 만들어낸 것일까요.
브라질이 축구 잘 하고 외채가 많다는 얘기는 평소에 들었지만 그렇게 웃음과 인사가 성한 강대국(?)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자동적으로 15층 남자는 고개가 왼쪽으로 9층 여자는 오른쪽으로 돌아갑니다. 10초도 채 안되는 시간이 얼마나 길고 어색한지….
한번 웃는 것을 운동과 비교하면 에어로빅 5분 하는 효과와 맞먹습니다. 우리 몸에는 내장을 지배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두가지 자율신경이 있습니다.
놀람 불안 초조 짜증은 교감신경을 과민하게 만들어 심장을 상하게 하고 여러 장기의 활동에 해를 끼칩니다. 반면 웃음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하며 우리 몸의 상태를 편안하게 해줍니다.
기왕 웃을 바에는 배꼽을 잡고 크게 웃는 것이 좋습니다. 폭소는 긴장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길러줍니다. 크게 웃으면 상체운동도 되고 위장 가슴근육 심장까지 운동하게 만듭니다. 쾌활하게 웃을 때 우리 몸속의 6백50개 근육 중에서 2백31개가 움직인다지 않습니까.
눈물도 스트레스가 쌓일 때 몸안에 형성되는 화학물질을 몸 밖으로 발산하는 귀중한 역할을 합니다.
「남자는 평생 세번만 울어야 된다」거나 「여자가 웃음이 헤프면 복이 달아난다」는 속담은 건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말입니다. 웃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거울을 보고 입술이 찢어지도록 벌리면 자기 모습이 한심해서라도 웃음이 나올 겁니다. 억지로 웃는 연습을 자주 하다보면 어느새 인상 찡그린 표정은 사라지게 될 겁니다.
폭소 한 사발과 눈물 한 컵, 이 두가지는 인생의 맛을 내는데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양념입니다.
황수관<연세대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