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하는 초등학생을 둔 엄마들은 한 학기에 몇차례씩은 밥당번을 하게 된다. 밤 은행 온갖 야채를 골고루 섞은 영양밥서껀, 닭꼬치구이, 삼색나물 등 집에서도 잘 못해먹는 식단이 골고루 나와 밥을 푸면서도 침이 꿀떡 넘어간다.
희한하기 짝이 없는 것은 밥을 받는 아이들중 열에 여덟아홉은 『쪼끔만 주세요, 쪼끔만』한다는 사실이다. 저학년뿐 아니라 몸집 좋은 고학년 아이들조차 밥을 한주걱도 안먹으려 든다.
아마도 밥을 남기지 못하게 하는 학교 교육방침 때문이겠지만, 내 눈에는 음식 귀한 줄 모르는 아이들이 밥과 공부를 거의 동격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모를 위해 특별히 밥도 먹어주고 공부도 해준다…하면서.
그런데 엊그제 뉴스위크지에 나온 북한 유치원 풍경을 보면서 나는 들고 있던 밥숟가락을 놓아버렸다. 목이 메어 먹을 수가 없었다.
「평양에 있는 유니세프직원이 한 유치원을 찾았다.어린이들은 환영노래를 시작했으나 끝을 맺지 못했다. 노래부를 기력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굶주림에 대한 보도는 이미 많이 나와 어지간한 것은 충격을 주지 못한다. 민간차원의 북한동포 돕기 모금운동도 활발하다. 그러나 민간이 줄 수 있는 도움은 그들을 배불리기에는 너무나 적다. 쌀을 보내봤자 군량미로 쓰여 북한정권 유지만 도와줄 뿐이라는 논리로 식량지원을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리에게도 밥먹고 난 뒤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밥 꺼질라. 살살 놀아라』하던 시절이 있었다. 집안이 어려워 도시락을 못싸오는 친구의 서랍에 슬며시 도시락을 넣어주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설령 아무리 싸움 잘하는 왈패라 해도 『밥 먹이고 나면 기운내서 주먹질할테니 도와줄 필요없다』거나 그 아이를 앞에 놓고 『밥 줄테니 너 앞으로 말 잘들을래, 안들을래』 닦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아이녀석과 북한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오늘도 우리의 아이들은 반찬투정을 한다. 어린이날에는 당당하게도 별식을 요구할 것이다. 똑같은 얼굴, 똑같은 말을 지닌 북녘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내 빈 젖이라도 물려주고 싶다….
김순덕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