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哲(김현철)씨가 오늘 오후 검찰에 소환된다. 그의 소환은 바로 사법처리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보비리가 터진지 4개월만에 마침내 대통령의 아들이 법의 심판대에 올려지는 것이다. 현철씨 비리의혹은 이미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비리를 감추려고 그가 측근들과 입을 맞춰 가증스런 거짓말을 한 것도 확인됐다. 따라서 검찰의 사법처리 시기는 늦었으면 늦었지 빠른 것이 아니다. 소환조사후 사법처리는 당연하다.
검찰은 어제 현철씨 소환사실을 밝히며 그가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은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의 처벌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피의자 신분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2월 고소인 자격으로 그를 조사한 뒤 어설프게 면죄부를 주어 여론의 비난을 받았었다. 때문에 이번 소환은 더이상 봐줄 수 없는 그의 비리혐의에 대한 확증을 잡았으며 사법처리를 늦출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검찰의 의지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검찰은 현철씨를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고 확인해야 한다. 이권제공의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는 물론 국가정보를 빼내고 나라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국정을 농단한 부분과 한보 연루여부도 샅샅이 캐내야 한다. 또 92년 대선자금의 조성 및 사용, 잉여금 관리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비리의 실체를 다 밝혀 숨김없이 국민앞에 공개해야 마땅하다. 별건(別件)이라는 일부 비리만으로 그를 사법처리하고 넘어가려 한다면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다.
검찰수사로 드러난 현철씨의 비자금만 1백억원이 넘는다. 측근 朴泰重(박태중)씨와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운영차장, 李晟豪(이성호)전 대호건설사장이 관리한 돈의 단순합산액은 3백억원대이지만 넣고빼기 등 돈세탁을 거듭해 실제는 1백20억원 정도가 굴러다닌 것으로 검찰은 추정한다. 여기에 현철씨가 동문기업인 3명으로부터 지난 3년간 매달 6천만원씩 받은 20억원이 덧붙어 1백40억원대의 비자금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비자금 총액과 조성경위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철씨의 돈이 그것 뿐이겠느냐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치밀하게 돈세탁을 한 점으로 미루어 드러나지 않은 돈이 더 많을 것이란 의구심들이다. 검찰은 이 점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비자금 총액은 물론 그중 이권대가로 받은 돈과 대선잉여금은 얼마인지 또 이권대가든 잉여금이든 어디서 나왔는지를 가려내야 한다. 그래야만 한보―현철씨 의혹에 이어 불거진 대선자금 의혹도 풀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짧은 소환조사로 한꺼번에 의혹을 다 풀기는 어렵다. 현철씨 소환은 비리의 전모와 실체를 캐기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검찰의 분발을 거듭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