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이 불쌍하기 짝이 없다. 온종일 입시공부에 매달려도 부모들은 『성적이 안오른다』『이래 가지고 대학에 갈 수 있겠느냐』며 늘 조바심이다. 학교에서도 교사들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기는커녕 자칫 핀잔이나 듣기 일쑤다. 같은 반 친구들과도 경쟁관계가 형성돼 마음을 열고 대화조차 나누기 쉽지 않다. 고교생들이 안고 있는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과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밖에 없다
▼현 고교 3년생의 25.7%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최근 소비자보호원의 조사결과는 이같이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 국민이 정신질환의 경우 심각한 상태가 아니면 병원 찾기를 꺼리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정신과의사들은 추측한다. 이들 학생이 보이는 증세는 등교거부에서부터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 초조감, 음식을 먹지 않는 거식증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인체의 발달과정으로 볼 때 고교시절은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다. 청년기로 접어들면서 감수성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나이인데다 자아의식이 높아져 구속이나 간섭을 싫어하고 반항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신분열증의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층이 18세 전후라는 연구 결과까지 나와 있다. 어쩌면 여러 측면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이들 「위험한 세대」가 입시라는 굴레에 꼼짝없이 묶여 시련을 겪는 셈이다
▼고교생들이 가장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은 부모들의 지나친 기대수준이다. 명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숫자는 한정돼 있지만 부모들은 자녀의 능력이 못미치는 데도 명문대 입학만을 학수고대한다. 어떻게든 좋은 대학을 나와야 앞날을 보장받는 것처럼 돼버린 사회풍토 탓이기도 하지만 자식의 능력을 성적 하나로 판가름하려 하는 학부모들의 편견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