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동산]선안나/어린시절 책속 감각-이미지 평생남아

  • 입력 1997년 5월 24일 09시 19분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아이들 책에도 문학성이 필요한가요? 아무 책이든 읽혀서 책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아요?』 아마도 어린이 책은 그 자체로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읽어야 할 「보다 더 중요한」 책들을 읽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어린이는 덜 자란 어른이 아니며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을 사는 존재도 아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지금 이 순간」을 산다. 따라서 어린이들도 자기들이 원하는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책을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받아들인다. 마치 음악이나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책이 갖고 있는 분위기며 인물들의 성격 어조 온갖 사소한 느낌들은 온몸으로 흡수한다. 유년기에 마주친 온갖 이미지와 감각과 느낌들은 한 영혼의 미세한 결을 만들고 인간의 정신속에 생생한 현재형의 시간으로 살아있게 된다. 내 아이에게 먹일 밥상을 정성껏 차리는 어머니의 모습도 보기 좋지만 아이의 정신을 살찌울 양식을 정갈히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아이가 현실의 땅을 잘 딛고 걸어갈 수 있도록 구체적 지식을 쌓게 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메마른 삶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의 마음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 아닐까. 굶주리는 절반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문학이란 한낱 허영인 듯도 싶다. 하지만 다른 절반의 아이들에게라도 아름다운 시와 동화를 보다 많이 들려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그 애들이 힘센 어른으로 자랐을 때 형제를 따습게 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안나<동화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