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고등학교 尹美容(윤미용·51)교장은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장 앞으로 탄원서 한장을 보냈다.
윤교장은 탄원서에서 지난 4월말 「군기」를 잡는다며 후배를 때려 경찰에 고발된 국악고 남학생 3명을 선처해 줄 것을 호소했다.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킬 인재들을 키우는 학교에 남학생이라곤 전체학생 3백6명 중 45명 뿐입니다. 「남자 절대부족」의 현실에서 남학생 한명 한명은 귀중한 문화유산과도 같습니다』
피해학생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심각해져 가해 남학생 3명이 학교를 떠나게 되는 상황만큼은 막아야겠다는 것이 윤교장의 생각.
그는 『신입생을 뽑을 때마다 자꾸만 줄어드는 남자 지원생수를 보며 한숨을 쉰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지난 83년 교장으로 부임한 뒤 남학생 수가 전교생의 10%가 넘은 해를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늘 남학생이 부족했고 그러다보니 몇몇 국악기는 「여성전용」이 돼버렸다는 것.
국악고의 가야금반 학생 65명 중 남학생은 단 1명. 거문고는 48명 중 3명, 해금은 50명 중 3명만이 남학생이다.
『힘이 많이 들어 전통적으로 남자악기로 분류되는 대금 피리 등 관악기 분야에도 남학생이 모자라는 형편이어서 가야금같은 현악기를 여자가 독점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윤교장은 설명했다.
그는 선배나 동료들로부터 『전통 예술을 이어가기 위한 남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정원의 일정비율을 할당, 별도의 전형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충고를 듣기도 한다.
윤교장은 『하지만 인간문화재를 키우는 학교에서 기본적인 자질이나 소양도 없는 학생들을 마구 뽑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탄원서는 단순히 학생 하나를 선도하겠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 전통문화 전반에 대한 안타까운 절규처럼 들린다.
〈부형권기자〉